[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제20대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막말’ 주의보를 내리고 있다. 유권자의 감성을 자칫 잘못 건드리게 되면 투표가 임박한 시점에서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굵직한 정치 현안이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으면서 막말 한 번에 ‘4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이렇다할 선거 쟁점이 없다보니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기류가 흐르면서 돌발적으로 막말이 튀어나올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윤상현 무소속 후보는 “김무성 죽여버려, 그런 XX”라는 등의 막말로 새누리당 공천에서 아예 배제되면서 이번 총선에서 막말의 위력을 경험한 첫 사례가 됐다. 새누리당은 윤 의원의 발언으로 수도권 민심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공천배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원도 춘천 허영 후보 지원유세에서 “‘인간’에게 투표해주기 바란다. 짐승에게 투표하면 되겠느냐”며 상대 후보인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를 ‘짐승’에 빗대 여론의 비난을 샀다. 국민의당 전남 합동유세에서는 사회자 이윤자 전 광주광역시 정무부시장이 “여자의 치마와 연설은 짧을수록 좋더라”라는 성희롱 농담을 해 논란이 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 6일 여당의 험지인 전북 전주를 찾아 “30년 동안 전북은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돌아온 것이 무엇이 있느냐”며 “배알도 없느냐”고 했다가 야당이 공격할 빌미를 줬다. 더민주는 “전북 도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즉각 반발했고 김 대표 측은 “야당 의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발언”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과거 발언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거 포르노 합법화 및 동성애 찬성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새누리당 중앙여성위원회가 화력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표 후보는 국회의원으로서 윤리의식과 자질이 의심된다”고 몰아붙였고 표 후보는 “결코 포르노 합법화를 하자는 ‘주장’이 아니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설명이었다”고 해명했다.
여야가 막말을 조심하며 상대의 말꼬투리를 잡는 것은 막말이 변수로 작용해 선거의 승패를 가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한 야당 후보는 과거 막발 방송 내용이 공개되며 곤욕을 치렀고 결국 낙선으로까지 이어졌다. 야당이 수도권에서 10석 이상 손해봤다는 분석도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