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여의도칼럼]‘뺄셈에서 덧셈’의 제조로 가는 3D프린팅 기술

김혜미 기자I 2013.08.12 10:58:30
[김창경 3D프린팅산업발전전략포럼 의장 겸 한양대학교 교수] 제3차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제조업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소위 삼차원제조법 (3D 프린팅) 기술이다.

발상 자체는 상당히 단순하다. 우선 ‘왜 우리는 항상 컴퓨터 파일을 이차원으로만 프린팅 해야하나’다. 그리고 ‘왜 프린트할 때 잉크를 꼭 고집해야하느냐’도 포함된다. 만약 프린터에 잉크 대신 설탕액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재미난 형태의 사탕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면? 또 소형가전기기의 배터리를 교환해야 할 때 직접 프린터로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다면? 신발의 깔창을 내가 직접 발에 맞게 프린팅할 수 있다면? 등의 무한 상상을 할 수 있다.

김창경 3D프린팅산업발전전략포럼 의장 겸 한양대 교수
이런 흐름이 가속화되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장기를 직접 제조하는 날도 올 것이다. 즉 세포가 잘 자랄 수 있는 플라스틱에 자신의 장기세포를 배양한 뒤 혈관을 반도체 회로 그리는 기술로 프린팅한 후 생체친화폴리머를 층층이 쌓아 자신의 몸에 맞는 장기를 집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다. 마치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옴직 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중국 항주전기대학에서 생체재료를 이용해 3D 프린팅 기법으로 생산한 간세포가 4개월 동안 생존했다는 보고가 있다. 지금도 고관절 연결부같은 생체부품은 이미 3D 프린팅 기법으로 만들고 상용화돼 있다.

3D 프린팅의 장점은 덧셈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재료 낭비가 없다. 일반 금속재료로 부품을 만들려면 커다란 금속괴를 깎아 만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거의 80~90%의 재료 낭비가 일어난다. 즉 뺄셈의 제조기술이므로 대표적 물질 소비기술이다. 또 대용량의 금속괴를 만들어낼 때 필요한 광석의 용융제련 과정이 필요 없게 돼 에너지 친화적이기도 하다. 현재 제철소 전기로 하나가 사용하는 전기량은 원자력 발전소 한 곳의 발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3D 프린팅은 기피 업종을 뜻하는 3D(Difficult, Dangerous·Dirty)업종이었던 제조업을 선호 업종으로 바꿀 수도 있다. 기존에는 캐스팅과 몰딩, 기계가공 과정에서 분진과 소음이 나고 공해물질이 배출돼 이 같은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3D 프린팅 기법이 대세가 되면서 제조업 기반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올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3D 프린팅 예찬론을 편 것도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반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이미 2만2000개의 부품을 3D 프린팅으로 제조하고 있다.

3D 프린팅을 이용한 제조혁명은 결국 경제민주화로 귀결된다. 이는 현재의 대기업이 부품사를 수직계열화해 이뤄낸 선단구조가 붕괴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미래에는 제조업이 점점 사라지고 유통만 남을 것이다. 그리고 개개인이 제조한 부품 혹은 제품 등의 애프터 서비스 보장 보험 등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

우리가 현 시점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은 3D 산업에 임하는 우리의 전략이다. 이 기법은 미국에서 1980년대 3D 시스템사에서 개발이 시작된 이래 스트라타시스, 오브젝트 등 많은 기업들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들은 이미 매우 견고한 원천기술특허 포트폴리오로 무장돼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3D 프린팅 인프라는 매우 고무적이다. 3D 프린팅 창조동호회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창조 마니아들은 아두이노 등 오픈 소스코드를 이용하여 다양한 3D 프린터를 만들고 있다. 이들이 만드는 기기의 원가는 85만원 정도라고 한다.

정부는 창조경제 해법으로 벤처를 권장한다. 벤처는 기술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결국 제품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즉 벤처기업에서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어낼 때 3D 프린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창의력 있는 학생들을 키워야한다. 이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면 이보다 창의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창조경제의 구현을 위해서라도 3D 프린팅 사업을 적극 육성·지원해야 한다고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것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