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북한이 6일 당국간 대화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정부의 후속대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직접 환영의 뜻을 표명했고, 통일부는 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제안했다. 이는 한반도 문제를 우리 정부 주도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 3월 개성공단 사태를 일으킨 이후 계속해서 당국간 대화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거부해오다 이날 역으로 대화를 제의하는 형식을 취했다. 사실상 북한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지만, 모양새는 정반대로 비춰질 수 있었다.
이에 정부는 신속하게 대응하며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북한 문제에 대한 공식 대응을 통일부로 일원화해오던 기존 원칙과 달리 박 대통령이 “뒤늦게라도 북한에서 당국 간의 남북대화 재개를 수용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직접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제의를 “우리측 제의에 대한 북측의 호응”이라고 규정하면서 오는 12일 장관급 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하자고 북한에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남북 대화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아울러 이산가족 상봉도 3년만에 다시 이뤄질 것이란 희망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대화 재개에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남북 관계가 급진전되기까지는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계속해서 갈등 요인으로 남을 수 있다.
남북회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날 경우 남북간 불신이 오히려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 2월에도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이 열렸으나 아무 성과없이 끝났고 갈등 국면이 이어진 바 있다.
북한이 태도를 바꿔 당국간 대화를 수용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적인 압박을 피하고 보자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개성공단 폐쇄와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인한 ‘현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제스처일 뿐이라는 부정적 여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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