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어라? 기아자동차가 판매보증충당금 때문에 외환손실이 나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받았다는데, 무슨 이야기지? 외환손익은 영업이익에 반영 안 하는 것 아닌가?”
“두산인프라코어가 영업권 상각처리 중단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났다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야?
“재고자산처리 방법을 바꿔 이익이 늘어난 회사들이 있다고? 뭘 어떻게 했다는 거지?”
올해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이 본격도입되면서 증권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 모두 혼란을 겪었다. 회계지식이 부족한 투자자는 물론이고 상당한 수준의 회계지식으로 무장한 애널리스트들도 실적추정이나 분석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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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분석을 제공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들로서는 기업마다 K-IFRS에 따른 회계정책들이 다 달라, 이를 다 반영한 실적분석 데이터를 내놓기가 만만찮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들어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기업 실적 추정치는 다른 때보다 많이 빗나갔다.
14일 우리투자증권이 내놓은 `올해 3분기 실적 대비 증권사 컨센서스 괴리율 비교`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잘 드러난다. 3분기 매출액 괴리율은 -3.4%를 기록했고,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27.4%와 0.1%로 조사됐다.
괴리율은 컨센서스 대비 실제 실적 결과와의 차이를 뜻한다. 예를 들어 순이익 괴리율이 -27.4%를 기록했다는 것은 순이익 실제 수치보다 증권사의 컨센서스가 27.4% 적었다는 이야기다.
증권사들의 IFRS 실적 추정이 시작된 지난 2분기 괴리율도 높은 편이었다. 매출액은 -1.9%로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1%와 11%를 기록했다.
올 2분기와 3분기 추정치 괴리율은 과거 한국회계기준(K-GAPP) 시절 괴리율보다 벌어진 수치다. 지난 2009~2010년 8개 분기 순이익 괴리율은 평균 -8.6%였다.
이와 관련해 조승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K-IFRS는 개별 기업의 특성과 상황에 맞춘 회계처리의 자율성이 커지면서 실적 추정에도 혼란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K-GAPP에서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매출-매출원가)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빼 산출하며 판관비 항목이 아예 딱 정해져 있었지만 IFRS는 영업이익 산출에 영향을 주는 항목들을 기업이 상당부분 자율적으로 구성토록 했다.
또 연결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가 되면서 실적 추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 연구원은 “종속회사와 관계회사의 실적을 전부 추정한다는 것은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종목별로 보면 차이는 더 벌어졌다. 2009년 또는 2010년 IFRS를 조기도입하며 준비한 일부 대기업들은 혼란이 별로 없었던 반면 중소형 업체들은 괴리율이 높은 기업이 많았다.
조 연구원은 “올해 3분기 경우 순이익 컨센서스가 크게 밑돈 이유에는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관련손실 영향도 있다”면서 “컨센서스 데이터의 신뢰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데일리는 최근 출간한 ‘2012 업계지도’에서 권두특집으로 ‘재무제표 직독직해’(부제:IFRS 모르는 당신, 실적시즌에는 눈 뜬 장님)을 수록했다. 독자들이 투자라는 전쟁터에서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실전회계’ ‘전투회계’ 중심으로 회계의 기본과 IFRS 회계를 쉽게 풀어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