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수정 기자] 국내 상장된 외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른다. 중국 고섬은 자회사 회계를 ’분식’한 혐의로 거래정지 중이다. 고섬 충격이 진행중인 가운데 일본계로는 국내에 유일하게 상장돼 있는 네프로아이티에서 사상 초유의 청약증거금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가만 들여다보면, 시장은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마주다. 펀더멘털, 대주주 리스크 등 이것저것 기업마다 제각각인 상황을 무시하고 무조건 테마에 엮이면 주가는 오르고 내린다.
외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일부 사태에 주목해 전체가 ’테마’에 묶였다. 외국 기업이라 하면 고개부터 절래절래 흔든다. 그런데 중국기업이라고 해서 다 같은 기업이 아니다. ’차이나 리스크’로 최근 상장을 철회한 기업은 3곳. 이 중 컴바인윌홀딩스라는 기업은 사실 중국기업으로 보기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 홍콩 자본에, 경영진은 미국에서 자라고 공부했다.
컴바인윌 경영진은 투명성을 가장 큰 경영원칙으로 내세우면서 공시 시간대를 한국 시간 기준으로 맞추고, 정관은 싱가포르와 한국법 둘 중 더 강한 법을 따르도록 까다롭게 고쳤다. 그렇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결과 예상을 밑도는 가격이 나왔고 한국 시장 상장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글로벌에스엠과 코웰이홀딩스의 경우 중국기업으로 엮이지만 이들의 최대주주는 한국인이다.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을 따라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법인으로 등록, 거꾸로 들어온 사례다.
네프로아이티 사태로 외국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도 어찌보면 일반화의 오류로 볼 수 있다. 네프로아이티는 홍콩계 만다린웨스트에 경영권 매각을 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 청약증거금을 도난 당했는데, 그것을 가지고 도망간 사람은 한국인이다. 물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기업의 잘못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제일 큰 피해자”라고 외치는 네프로아이티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거래소와 코스닥에는 총 19개의 외국 기업이 상장돼 있다. 중국기업이 16개이며 일본과 미국, 라오스 기업이 각각 1개씩이다. 이 중에서는 작년 순익이 전년대비 두 배 늘어난 기업이 있다. 2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기업도 있다. ’각설이 중에도 명창 있다’는 투자격언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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