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열아홉살에 만나 쉰다섯살에 사랑을 이룬 친구. 35년지기가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이성간의 우정이 노년의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은 이제 더이상 젊은 사람들에게 구차하고 민망하게 비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 50대의 사랑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는 됐을지 모르지만 이들의 삶과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직 많을 것이다.
연극 ‘오랜 친구 이야기’는 그러한 과도기를 겪는 요즘, 한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노년의 사랑을 짚어낸다. 연극의 주인공은 퇴직한 백수 홀아비와 혼자 딸을 키워온 과부. 우리 현실에 어울리는 50대의 모습을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풀어내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대학 1학년 때쯤 처음 만나 우정을 쌓아온 오랜 친구 김장돌(손성호)과 강나리(김혜민).
서로 속깊은 대화를 나누고, 모든 일을 상의하며 일거수일투족 속속들이 다 아는 사이지만 젊은 시절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이성의 감정이 아닌,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김장돌은 이혼하고, 강나리는 남편과 사별했다.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강나리에게 편안함을 느낀 김장돌은 호시탐탐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조른다.
하지만 6살 연하남 정 PD의 적극적인 대시에 강나리는 갈등하고, 이에 김장돌은 질투한다.
강나리는 홀로 딸을 키웠는데, 스무살 많은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난리를 떠는 딸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강나리는 딸의 결혼문제를 김장돌과 상의하며 술도 마시고, 어느새 속궁합도 맞춰본다. 여느 부부와 비슷한 일상을 반복한다.
포장마차, 낚시터, 찜질방, 상갓집 등으로 변하는 무대는 단출하다. 등장 인물도 딱 4명. 50대 남녀 주인공 김장돌과 강나리를 제외한 두명의 남녀는 정PD도 되고, 강나리의 딸도 되는 등 극의 양념같은 존재로 다양한 역할로 변신,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준다.
50대가 돼서야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결심하며 노년의 삶을 설계하는 이들의 과정은 음울하거나 칙칙하지 않다. 오랫동안 서로의 곁을 지켜준 친구가 뒤늦게 반려자가 되는 일이 부끄럽거나 애써 숨겨야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친구 이야기’는 실버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은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다. 둘 다 노년의 감성을 현실감있게 건드린 위성신 연출가의 작품이다.
‘늙은 부부 이야기’가 60대의 사랑 이야기였다면 ‘오랜 친구 이야기’는 50대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다.
‘오랜 친구 이야기’는 40대 이상 관객에게는 추억과 공감대를 느끼게 하고, 젊은 관객들에게는 부모님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친구와 우정의 소중함도 깨닫게 한다. 이성친구를 불러내 술 한잔 하고 싶게 만드는 연극이다.
공연은 5월17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2관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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