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2008년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리더십

안근모 기자I 2008.05.14 10:55:14

(제 6부)경제도 리더십이다
시대정신은 ''정당하고 안정되게 잘 사는 나라'' 원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동기를 유발하는 리더십이 필요

[이데일리 안근모기자] "여러분, 부자되세요. 꼭이요~" 지난 2002년 벽두를 장식했던 어느 카드사 텔레비전 광고 카피다. `부자되라`는 말은 이제 우리 국민들이 애용하는 새해 덕담으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 2003년에 발간된 '한국의 부자들'이란 책 역시 부자 신드롬의 한 단면이었다.대형서점 서가에는 '부자'를 키워드로 하는 수백종의 지침서들이 꽂혔다.

남의 팔자로만 치부됐던 '부자'는 21세기 들어 누구나 추구하는 공동의 선(善)이 됐다. 민주화된 '부자'는 이 시대 대한민국 국민들의 머리속에 각인된 시대정신이다.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개발과 성장, 독재 타파와 정의, 참여와 분배를 지나 `경제`로 넘어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과거의 흠집`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국민들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기치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대정신에 걸맞는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십은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 벤처, 부동산, 주식..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부자'의 꿈

▲ `부자`를 향한 끝없는 행렬. 2006년 11월, 마산 메트로시티 청약을 위해 길게 줄지어선 시민들(사진=오마이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는 단순 명쾌한 약속으로 승리했다. 역설적이게도 지난해는 우리 경제가 전년에 이어 5%대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 때였다. 종합주가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뛰어 넘었다.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성과를 2년 연속해서 달성하고, 주식시장이 신기원을 이룩한 경제의 절정기에 '경제 회생'을 내건 후보에 국민들은 표를 몰아줬다. 과연 무엇을 요구했던 것일까. 5%로는 부족하니 당장 6%, 7%의 성장률을 내놓으라는 열망이었을까.

과거로 다시 돌아가보자. '부자되세요' 광고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01년말부터 2002년초는 주변 보통사람들의 경제적 희비가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갈리던 시기였다. 외환위기로 붕괴된 중산층은 뜻하지 않게 불어닥친 벤처주식 투자 열풍에 휩쓸려 극적인 만회를 시도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운좋은 소수의 성공신화는 희망과 절망, 부러움과 시기의 복잡미묘한 국민의식을 형성하며 '부자' 신드롬의 단초를 제공했다.

곧이어 새로운 붐이 일어났다. 아파트값이 뛰어 오르며 중산층에게 또 다시 만회의 기회를 준 듯했다. 부자 신드롬은 더욱 보편화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부자의 꿈은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허상이었다. 밑천이 두둑한 애초의 부자들만의 몫이었다. '부자되세요' 덕담은 희망과 부러움에서 절망과 시기로 변질됐다. '그렇다면 차라리 부자를 끌어 내리자'는 정치가 한 때 세력을 얻었다. 불과 몇년전 일이다. 그러나 이 역시 국민들을 부자로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21세기의 시대정신이자 2008년 대한민국의 리더십의 모토인 `부자`는 모래위에 쌓은 고성장률의 누각도, 부동산과 주식 거품으로 조장한 대박의 신화도 아닌 것이다.

◇ 동기를 유발하는 감화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는 `부자`가 되고픈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냈다(사진=조선일보)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에 몰린 표에는 부자가 되고 싶은 국민들의 열망뿐 아니라 참여정부의 국가지도 방식에 대한 염증과 응징도 담겨 있었다.
 
정치인 이명박의 방법론에 대한 열광이라기 보다는 대통령 노무현 리더십에 대한 반발이었다.

부(富)를 적대시하는 반(反)시대적인 편가르기 정치전술에 대한 비토였지 오염된 치부(致富)에 대한 승인은 아니었다.
 
명분의 말놀음 정치에 대한 실망과 실질의 추진력에 대한 갈망이었을 뿐, '무조건 따르라'는 일방적 실용주의를 추종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6.25 동란과 4.19 민주화 운동, 집약적 경제개발의 시대를 거쳐 6.10 민주화 운동과 IMF외환위기를 넘어 경제부흥의 시대로 돌고 도는 역사속에서 정치와 경제 환경은 극도로 복잡다단해졌다. 이 시대는 확고한 민주적 이념기반 위에서 발휘되는 고도로 창의적이고 공감각적인 21세기형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2300여년전 인도에서부터 페르시아, 그리스, 아프리카 일부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마케도니아의 대왕 알렉산더의 리더십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의 다양한 민족들을 아우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문화적 민감성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 탁월한 '감화(感化)' 능력이었다.

굳이 알렉산더류(流)를 거론하기 이전에 2008년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리더십의 요체가 있다. 그것은 어떤 시대와 환경에서도 공히 요구되는 것, 바로 '동기유발'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리더는 부자가 되고자 하는 경제 주체들의 동기를 유발하고 있는가?
 
대기업 총수를 불러서 밥을 먹는다고 기업들의 투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부처의 갯수와 간부의 머릿수를 줄이는 것만으로 작은 정부가 되고, 새벽에 일어나 휴일에 일하는 것만으로 정부가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일선 경찰서에 찾아가 호통을 치는 것만으로 치안이 확립될 것으로 보는 리더십으로는 어떤 감화나 동기도 유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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