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동필 칼럼니스트] 화두를 주가연계증권(ELW)으로 돌려보자.
4개월 정도 거래가 이루어진 ELW 시장은 예상보다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에 대한 이해도는 ELW의 역사만큼 이나 부족한 점이 많다.
최근 들어 ELW만기가 다가오면서 관련기사가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 기사 내용의 대부분은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다.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숙지시키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상품이 공식적으로 거래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인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상품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알려주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바른 정보를 주는 것이라 하겠다.
최근 언론을 통해서 접했던 ELW에 관한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ELW가 잘나가는 주가의 발목을 붙잡는다.
- 개인들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콜 ELW만 있고 풋 ELW는 없어서 문제다.
- ELW는 공매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여러 이슈 중에서 대략 이 4가지 정도를 주요 주제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불만의 목소리는 시장이 조정 이후 박스권에 묶인 탓에 투자에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나타나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ELW가 잘나가는 주가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만기일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발행한 ELW의 행사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면 그에 해당하는 만큼 현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을 파는 것이 맞다.
그런데 한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발행한 ELW가 모두 시중에 풀렸는지 그래서 발행한 모든 ELW에 대해서 지급 의무가 있는지에 따라서 주식을 팔아야 하는 물량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ELW를 100만개 발행했지만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ELW의 수량(Place out)이 50만개라면 현금 지급 규모가 작아져 그만큼 주식을 팔아야 하는 규모도 작아진다. 그리고 이는 지극히 일시적인 현상일 뿐인데 이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심어주는 것과 같다.
ELW가 일정부분 주가의 방향성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발매사는 발행한 ELW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헤지를 하게 된다. 일명 델타(기초자산의 변화에 따른 ELW 또는 옵션의 가격 변화) 헤지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기초자산의 가격이 올라가면 ELW의 델타도 올라가 주식을 추가로 매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초자산의 가격은 매수세가 더 유입되는 셈이다. 물론 주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델타가 작아져 보유물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주식을 팔게 된다. 이러한 경로를 통해 ELW 발매사는 위험을 관리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주가의 대세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유동성 공급자는 헤지때문에 발생하는 가격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유동 성공급자에게는 손실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면 ELW와 관련된 헤지로 인해 주식의 수급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풋 ELW 발매가 본격화되면 ELW 헤지와 관련된 주식 매매는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ELW가 콜만 있고 풋이 없어서 하락장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하소연은 모순이다.
ELW시장이 개설될 때는 강세장이었다. 그래서 콜에 관심이 고조돼 있었다. 발매 직후에는 수익도 좋았고 현대차나 하이닉스 같은 일부 종목은 큰 수익을 가져다 주었다.
초기부터 풋 ELW를 발매했다면 이는 오히려 주가 흐름에 역행하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풋 ELW의 경우 초기에 기초자산을 공매해야 위험관리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매도가 어렵고 공매를 통해 헤지를 한다고 알려지면 매스컴의 제목은 `풋 ELW가 주가에 부담을 준다`고 달릴 것이다.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경우 콜 ELW를 발매하고 나서 풋 ELW를 발매하는 것이 적당한 수순이었다. 우리나라 시장의 현실과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대감 등을 종합한다면 콜 ELW가 주를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에는 장세와 투자자들의 필요에 의해 풋 ELW 발매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시장 초기다.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다 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하나씩 하나씩 투자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시장이 커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