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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에 파느니 차라리 물려준다"…다시 고개드는 증여

하지나 기자I 2022.08.21 18:23:47

7월 전국 증여 목적 소유권이전 7.7%..전달보다 0.54%p↑
서울 아파트 직거래 5월 20.6%→6월 8.1%→7월 12.3%
"거래절벽에 증여 관심↑..집값 하락기, 좋은 기회될 수"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금리 인상 등으로 `거래 절벽`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파트를 파는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다주택자들이 늘고 있다. 매도 호가를 내려 `헐값`에 파느니 양도소득세 중과 및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에 앞서 세금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증여를 선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증여에 따른 소유권 이전등기는 2만 141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소유권 이전등기(27만 8126건)의 7.7% 수준이다. 증여 비중은 지난달(7.16%)과 비교해 0.54%포인트 늘어났다. 올해 들어 지난 4월 9.82%를 기록한 이후 주춤해졌던 증여가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통상 5월의 경우 종부세 등 보유세 과세기준일(6월 1일)을 앞두고 증여 거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지만, 최근 증여 거래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파트 매매 시장이 극심한 ‘거래 절벽’ 지속으로 역대급 침체 수렁에 빠졌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는 아파트 교환, 증여, 직거래, 임대차 재계약 등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거래 당사자끼리 하는 `직거래`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개수수료를 아끼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대부분 절세 목적으로 이뤄지는 가족이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대부분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매매가 이뤄진 서울 아파트 581건 중 72건이 직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 중 직거래 비중은 12.3%이다. 지난 5월 20.6%를 기록한 이후 6월 8.1%까지 줄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우성1차 아파트(전용면적 51㎡)는 최근 7억원에 직거래로 손바뀜 했다. 4개월 전 동일한 평형대는 9억 9700만원에 거래됐었다. 동작구 힐스테이트상도센트럴파크(전용면적 59㎡)는 지난 8일 11억 5000만원에 직거래됐다. 직전 거래 가격(14억 3000만원)에 비해 2억 8000만원 낮은 수준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직거래이다보니 아무래도 가족 간 거래로 의심이 된다”면서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은 비슷한 평형대가 14억원 수준이다. 정상 거래에서 그 정도 가격이 나오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가족 간 정상적인 매매 거래가 이뤄진 경우 시가 대비 5%만 차이가 나도 양도소득세를 시가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부과하지만, 증여세는 시가와 거래 가격 차액이 최대 3억원 또는 30%까지는 부과하지 않는다. 시세 대비 차이가 3억원을 넘지 않는 직거래의 경우 대부분은 이 같은 거래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집값 하락기여서 증여하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가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증여세 특성상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절세 효과가 크다. 특히 최근에는 웬만큼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거래조차 이뤄지지 않아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기 보다는 가족 간 거래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 가격을 아주 많이 낮추지 않는 한 쉽게 팔리지 않고 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증여를 선택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면서 “통상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증여세, 취득세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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