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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대가 한번 깨지자 다음 타자는 비교적 순탄하게 프리미엄 라면을 출시할 수 있었다. 2015년 농심의 ‘짜왕’, 오뚜기 ‘진짬뽕’ 등 프리미엄 짜장·짬뽕 라면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면서 1500원대 라면이 나왔다. 기존 제품보다 좋아진 맛과 재료의 차이에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은 크지 않았고 이후로 프리미엄 라면 가격대는 1500~1600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많이 팔리고,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먹는 신라면, 진라면, 삼양라면 등은 모두 700~800원 수준으로 1000원이 넘지 않는다. 1000원 이하의 제품은 상시적으로, 1500~1600원대의 프리미엄 라면을 간간히 사는 소비 트렌드가 오랜기간 나타나고 있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에서도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프리미엄 라면을 내놓고, 라면회사들도 테스트 차원에서 맛의 차이점을 내세워 다소 높은 가격의 용기면을 출시한다”며 “하지만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일시적이고 결국은 ‘먹던 제품’ ‘익숙한 가격의 제품’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지난 7월 라면업체들이 잇따라 라면 가격을 인상했을 때도 확인됐다. 원재료 가격의 인상으로 오뚜기는 13년, 농심과 삼양라면은 5년여만의 가격 인상이었지만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밀가루 등 원재료 값 이상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소비자단체 등이 반대성명을 내면서 반발했다.
하림은 라면시장의 가격 저항이나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차별화’로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분말스프가 아니라 신선한 재료를 20시간 끓인 육수를 농축한 액상스프로, 닭육수로 반죽한 건면으로 기존 라면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좋은 재료를 쓰고 건강한 제조 과정을 거치다보니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비쌀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윤석춘 하림 대표는 “소비자 조사를 해보면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라면이라면 소비자가 전체의 30~40%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격 인하를 위한 부분도 검토할 계획은 있다”고 덧붙였다.
후발주자로서 2조 5000억원의 라면시장 세분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윤 대표는 “현재는 매운맛, 순한맛 등으로만 시장이 나눠져 있는데 (하림은) 육수, 면, 건더기에서 차별점을 찾았으면 향후 등 꾸준히 차별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