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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강박관리' vs '비만방치'는 건강에 '해악'

이순용 기자I 2021.05.04 09:58:2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한창 성장기에 놓인 아이들은 균형 잡힌 영양소와 적절한 신체활동으로 건강한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단 아직 스스로를 돌보기 힘든 어린이들은 부모님이나 보호자의 건강수칙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아동비만’ 이슈와 관련 극단적인 행동패턴을 보이는 보호자가 적잖다. 비만을 극도로 두려워해 아이에게 무리할 정도로 관리를 시키거나, 반대로 ‘살은 키가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비만을 방치한다. 어린이의 비만관리는 성장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365mc 신촌점 김정은 원장의 도움말로 어린이의 극단적인 다이어트와 비만 방치의 악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아이 상처받을 까봐 비만 방치… 과보호가 비만 악화

최근에는 비만이 자녀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지하고 있음에도, 아이에게 ‘살을 빼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꺼리는 보호자가 많다.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과보호에 나서는 것.

김 원장은 “비만이 악화될 경우 당장 성조숙증에 노출될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겪을 수 있다”며 “이뿐 아니라 신체적 열등감이 스트레스로 작용, 학업·교우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무작정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는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실렸다. 5∼18세 미국 청소년 1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만한 아이들은 운동능력 부족·교우관계·학업성취도 저하 등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들 항목을 아우르는 비만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점수는 100점 만점에 67점으로, 일반 아이들보다 16점 낮은 수준이었다.

◇아동비만 관리, ‘체중 유지’만으로도 비만도 개선 효과

아이의 비만 기미가 보인다면 적절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 대체로 표준 체중보다 20% 이상 더 많이 나가면 ‘관리 대상’이다. 김 대표원장은 “자녀들에게 살을 빼라고 이야기했을 때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이를 방치하는 것은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성장이 이뤄져야 할 아이들은 양질의 영양소가 필요한 만큼, 무작정 칼로리를 줄여서는 안 된다. 어린이 비만관리의 목표는 단순 체중을 줄이는 게 아닌, ‘비만도 감소’다. 무엇보다 잘못된 식품섭취와 행동패턴을 교정, ‘살찌는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소아비만 치료의 기준은 체질량지수(BMI) 백분위수 및 합병증 여부다. 우선, BMI 백분위수가 95 이상이며 고혈압·고지혈증·지방간·인슐린 저항성 등이 나타난 경우 체중감량이 필수다. 만 7세 이상에서 BMI 백분위수가 95 이상일 경우, 합병증이 없어도 다이어트에 나서야 한다.

반면 BMI 백분위수가 85~94 이내이고, 합병증이 없다면 현재 체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김 대표원장은 “아동은 현재 체중을 유지하면서 키 성장에 따라 신체 균형이 맞추는 방식으로 비만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에게는 약물·시술 등을 적용하기 어렵고 식이요법·운동치료로 비만을 개선해야 하다보니 치료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가족이 힘을 합치는 게 중요하다. 김 대표원장은 “적어도 6~12개월에 걸쳐 건강한 식단을 통해 관리해야 하고, 하루 1시간 가족과 함께 운동하는 게 권고된다”며 “필요한 경우 비만클리닉을 찾아 행동수정요법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다이어트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과잉보호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과잉보호는 아이의 체중을 늘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호주 텔레손 아동연구소가 아동 2596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호강도가 다소 높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비만해질 가능성이 13% 높았다. 특히 보호강도 최상위 그룹은 확률이 27%까지 치솟았다. 연구팀은 “과잉보호는 아이들에게 허용되는 신체활동의 양에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혹독한 다이어트?… 강박 생기거나 비만해지거나

반대로 어릴 때부터 ‘혹독한’ 몸매관리를 시키는 보호자도 늘고 있다. 이 역시 ‘과유불급’이다. 비만을 방치하는 것 못잖게 아이의 건강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살이 찌는 것을 두려워해 아이의 식탁에서 탄수화물을 아예 배제하거나, 섭취해야 할 양보다 적게 주는 것은 건강한 성장에 방해가 된다. 지나친 식단조절로 골격을 이루는 칼슘, 혈액을 구성하는 철분이 결핍되면 체력이 저하되고 만성피로에 시달릴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키성장에 ‘직격탄’을 입힌다.

부모가 아이의 체중관리에 집요할 정도로 관리할 경우, 아이는 이를 ‘부적절한 상황’으로 인지한다. 이때 자존감 저하가 동반될 수 있다. 6∼9세 아동은 비만을 ‘게으르고 무기력한 것’으로 여기며, 7세 이전부터 사회의 매력의 관점(날씬함)을 인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보호자가 ‘날씬함’을 지나치게 강요할 경우, 체중·외모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거식증·폭식증 등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국내 섭식장애 환자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부모의 과도한 걱정은 현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7년 심리과학저널(Psychological Science)에는 자녀가 통통하다고 여길 경우, 정상체중인 아이조차 향후 과체중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부모의 영향으로 아이가 자신의 몸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며 체중감량 시도와 요요현상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정상체중이든 과체중이었든 상관없이 모두 체중이 늘었다. 아이에 대한 직접적인 지적뿐 아니라, 보호자가 평소 무심코 내뱉는 ‘몸에 대한 강박적인 말과 행동’도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 원장은 “성장이 필요한 아이에게 비만을 방치하는 것과 과도한 몸매관리는 모두 독”이라며 “어린이는 스스로 생활습관을 조절하기가 어렵고, 보호자의 신념과 생활습관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칙적인 식사,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신체활동을 통해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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