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700선을 넘으면서 1980년 지수 탄생 이후 가보지 않았던 영역에 성큼 발을 내딛자 증시 전문가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연말 예상범위 상단을 훌쩍 넘어서 수정전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6일 이데일리가 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금이라도 상승장에 올라타라는 의견이 높았다. 내년 코스피지수 3000선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했다. 이들은 덜 오른 실적주나 내년 슈퍼사이클이 예상되는 반도체주에 주목했다. 다만 단기간 너무 급등한 만큼 연초 이후 조정장에도 일부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 빨라진 상승 랠리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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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1월 이후 외국인 수급이 바뀌었는데 국내 유동성과 해외 유동성 간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이런 이상적인 그림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버슈팅이 명백하고 단기 급등으로 인한 피로감은 분명히 있지만, 기업의 실적 반등 등 내년 상반기 모멘텀이 워낙 좋다”며 앞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백신 시판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데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미국의 5차 경기부양책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며 외국인 추가 자금 유입이 예상되고 있다.
내년 목표치에 대해 SK증권은 2900~3000선을, 교보증권은 2800선을 제시했다. 그 외 많은 증권사가 2600~2700선을 제시했다. 특히 지난 10월 일찌감치 2021년 전망을 내놓은 신한금융투자는 코스피가 백두산 높이(2744m) 만큼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전망이 올해 안으로 달성할 것으로 예측되자 내년 전망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 반도체·IT 수출 대형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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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센터장은 집중해서 봐야 할 종목으로 여태껏 오르지 못한 실적 개선주를 꼽았다. 그는 “상승장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은 종목이 귀해지는 국면으로 갈 것”이라며 “이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IT, 화학, 자동차 등 수출 대형주 관련 업종에 주목했다. 정 연구원은 “내년 주요국 정책을 살펴보면 ‘환경’을 교집합으로 하는데 국내에선 환경 관련주도 대부분 대형 수출주”라면서 “실질적으로 종목 양태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중소형주와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백신·환율 양날의 검
다만 현재와 같은 상승 랠리에는 변수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은 호재이지만, 악재일 수 있다. 정용택 본부장은 “접종이 시작된 이후에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접종 거부로 인한 집단면역 차질, 백신과신으로 인한 동절기 코로나19 재확산 등 부정적 요소들이 부각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짚었다. 각국에서 개발된 백신이 효과가 없는 ‘물백신’으로 확인된다면 이미 시장에 반영된 경기 회복에 기대감은 차갑게 식을 수 있다.
예측보다 높은 주가 레벨 역시 걸림돌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근본적으로 시장 전체가 슈팅에 들어가면 전반적으로 주식들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며 내년 상고하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윤창용 신한금투 센터장도 “‘K자형’ 회복의 부작용으로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은 더 많이 벌고, 돈을 못 버는 기업은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눌러온 리스크가 더 크게 부상할 수 있기 때문에 증시는 상반기가 더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