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작아서 아름다운 소형 SUV 극치..레인지로버 이보크

남현수 기자I 2019.04.30 09:0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11년 출시된 모델이다. 올해 6월 국내 시장에서 2세대 출시를 앞두고 있다.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이보크의 디자인은 아름다음의 극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 신차를 붙여 놔도 부족함이 없다. 세련된 외관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찬사를 받았고 곧 판매로 이어졌다. 이보크는 지난해 국내 누적판매 1만대를 기록했다. 또 풀모델체인지를 앞두고 있음에도 월평균 150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랜드로버 판매에 중심축 역할을 하는 이보크의 매력은 무엇일까?

시승 모델은 이보크 중에서도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HSE DYNAMIC 모델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이보크의 외관은 아직도 트렌디함을 유지하고 있다. 레인지로버 내에서 콤팩트 SUV로 분류되는 이보크는 전장 4360mm, 전고 1635mm, 전폭 1900mm로 경쟁 차에 비해 전장과 전고는 짧고 낮지만 전폭은 다소 넓다. 이런 비율은 차량을 마치 땅에 찰싹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비교하기 쉽게 현대차 준중형 SUV 투싼과 비교해봤다. 투싼의 전장은 4480mm로 이보크보다 120mm 가량 길고 전고는 1645mm(투싼), 1635mm(이보크)로 이보크가 10mm 낮다. 대신 전폭은 투싼 1850mm, 이보크 1985mm로 이보크가 135mm 더 넓다. 이보크의 좌우로 넓고 낮은 차체는 SUV지만 스포티한 인상을 자아낸다.

이보크의 인상은 스포티함, 고급스러움으로 표현할 수 있다. 레인지로버가 랜드로버 내에서 고급라인업을 담담하는 만큼 엔트리 모델인 이보크 외관에서도 럭셔리가 뭍어난다. 2011년에 등장한 이보크는 랜드로버 브랜드의 새 패밀리룩을 만든 시초 모델이다. 2008년 공개한 랜드로버 LRX 콘셉트카의 외관을 90% 이상 그대로 가져왔다. 그래서인지 외관에는 콘셉트카 느낌이 진하게 묻어난다. 날렵한 LED 헤드램프와 볼록 튀어나온 휀더는 부드러우면서 강인한 인상을 남긴다. 위로 치솟은 리어 범퍼는 도심형 SUV지만 오프로드도 염두에 둔 모습이다.

외관과 달리 실내 디자인은 세월의 투박함이 느껴진다. 2011년 출시 당시에는 센세이션널 요소였던 다이얼 방식의 변속기가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새롭게 출시 예정인 2세대 이보크에선 찾아 볼 수 없는 방식이다. 시동을 걸면 살며시 올라오는 기어노브는 운전자와 자동차가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실제 사용에선 불편한 요소 중 하나다. R기어를 넣으려다가 P로 체결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그 외의 버튼은 사용하기 편리하게 구성됐다. 직관적인 디자인이다. 이보크 실내에서는 세련됨과 SUV 특유의 강인함도 느낄 수 있다.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는 각지고 딱딱한 선과 면을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도어포켓에는 엠비언트 라이트도 적용됐다. 기분에 따라 조명의 색상을 고를 수도 있다. 11개의 스피커가 적용된 메르디앙 오디오의 음질도 수준급이다. 다만 가격에 걸맞지 않는 플라스틱 소재는 아쉽게 느껴진다.

1열과 2열에는 열선기능이 포함돼 있어 추운 겨울 탑승객의 몸을 녹여준다. 또 시린 손을 위해 열선 스티어링휠까지 마련된 점도 칭찬할만한 구성이다. 2열 공간은 기대했던 것보다 넓고 안락하다. 휠베이스는 2660mm로 현대차 투싼(2670mm)보다 10mm 짧다. 날렵한 디자인을 택한 만큼 SUV 특유의 넉넉한 공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단번에 깨 버린다. 실제 키 178cm의 기자가 꽤 오랜 시간 2열에 탑승했지만 큰 불편은 없었다. 1985mm에 달하는 전폭이 보다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2열 머리 위까지 오는 넓은 글라스 루프를 적용해 개방감도 뛰어나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75L다. 휠하우스가 높이 솟아 있어 트렁크 좌우 폭이 좁다. 더 넓은 적재공간이 필요하다면 60:40으로 폴딩되는 2열 시트를 접어야 한다. 이 때 이보크의 적재량은 1445L까지 확장된다.

시승차에는 2.0L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재규어와 랜드로버 차량에 고루 쓰이는 주력 엔진이다. 요소수를 주입해야 하지만 다른 차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주유구 근처에는 요소수 주입구가 없다. 보닛 안쪽 와이퍼 모터 부근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다. 뚜껑까지 검은색이라 완전 숨은 그림 찾기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설계상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판단되지만 사용자의 편의성과는 거리가 멀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9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루는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를 발휘한다. 넉넉한 토크를 바탕으로 파워풀한 출력을 보여준다. 다만 이보크의 공차중량이 2톤에 가까운 1920kg에 달하는 만큼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까지는 9.1초가 걸린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2.6km다. 실제 주행에서도 리터당 10km이하로는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9단 변속기를 달아 고속 크루징에서는 리터당 15km 이상의 연비를 뽑아준다. 디젤 엔진이지만 패들 시프트를 마련해 운전의 재미를 더한 부분도 장점이다. 가속페달의 반응은 디젤 치고는 경쾌한 편이다. 브레이크는 꽤나 예민해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잘 서준다.

다이얼 기어 변속기 아래로 노면 환경에 따라 주행 모드를 설정하는 터레인 모드가 있다. 눈길, 돌길, 진흙길 등 다양한 주행모드가 마련됐다. 어떤 경우라도 이보크는 스포츠 모드가 더 잘 어울리는 SUV다. 운전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헤드업디스플레 같은 편의장비를 장착한 것도 칭찬할만 하다. 출시된 지 시간이 꽤나 지나서인지 최신 안전 장비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보조와 같은 장비는 빠져있다. 구형인만큼 할인도 꽤나 해준다 멋진 디자인의 SUV를 장만하려면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다.

2세대 이보크는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달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정식으로 공개됐다. 국내 출시일은 6월이다. 기존 이보크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대부분 보완하고 더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다.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벨라를 닮은 주간주행등과 테일램프는 고급감을 높인다. 실내의 변화가 가장 극적이다. 최신 레인지로버에 장착되는 터치 프로 듀오가 적용돼 2개의 디스플레이에서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이 외에도 차선과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반자율 주행 기술도 탑재된다. 후방상황을 카메라를 통해 룸미러에 표시해주는 클리어사이트 룸미러도 적용된다.

잘 된 디자인은 오래 될수록 빛을 발한다. 이보크의 디자인도 그렇다. 오래됐지만 디자인에 자신만의 매력이 깃 들어있다. 외모를 다듬은 2세대 이보크의 활약도 기대된다. 형만한 아우는 없다는 수식어를 깰 수 있을까. 2세대 이보크는 2019년 가장 기대되는 SUV 중 하나다.

한 줄 평

장점 : 출시한지 오래됐음에도 매력적인 디자인

단점 : 구식 느낌의 인테리어..부족한 편의안전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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