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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문재인 대통령은 10월17일부터 18일까지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서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초청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프란시스코 교황을 평양으로 초청한 사실을 알렸다.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계기에 나눈 대화에서다.
문 대통령이 먼저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의 방북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교황님이 평양에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적극적 환대의 의사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서도 김희중 대주교가 교황청에게 초청 의사를 전달하겠다는 발언에 허리를 꾸벅 숙이면서 “꼭 좀 전달해달라”고 거듭 초청의 뜻을 드러냈다.
올초까지 외교 데뷔전도 치르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마저 손을 내밀면서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외교 무대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집권 이후 7년 넘게 북한을 벗어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첫 해외 일정이 지난 3월 중국 방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향적인 변화다.
이미 지난 8일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북중, 북러,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동북아 관계 재정립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소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에 대해 시진핑 국가 주석이 평양을 찾아 화답한다면 북중 관계는 완연하게 회복하게 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조만간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면 북중러 구도가 다져질 수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앙숙이나 다름없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도 보였다는 점이다. 과거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평양 선언을 했던 만큼 아베 신조 총리도 북일 관계 개선을 모색한다면 동북아 국가들의 관계가 냉전 시대를 벗어나 완전히 새롭게 정립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밝힌 “새로운 질서”의 태동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 대변인은 “남북 양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에서 새로운 질서와 흐름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문 대통령이) 새로운 질서를 말한 것”이라며 “EU는 국제질서를 떠받치는 큰 기둥이기 때문에 EU(순방)에서의 성과가 다시 동북아에서의 새 질서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교황 초청 의사가 긍정적인 신호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