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몰이 연장되지 않아 지난달 말 자동 폐기되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대표적 수단으로 활용됐던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 카드는 일단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기촉법은 부실기업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로,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의 상징이었다. 현재 구조조정은 크게 법원(기업회생절차)과 채권단 중심으로 나뉘는데, 기촉법은 채권단 100% 동의를 얻어야 하는 자율협약과 달리 채권단의 75%만 동의하면 워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어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동안 시민단체와 일부 여권에서 워크아웃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부각하며 무용론을 주장해왔다. 특히 겉으로는 워크아웃을 채권단이 주도한다지만, 금융당국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관치금융의 상징으로 부각하면서 이번에 4번째 효력을 잃는 운명을 맞았다.
기촉법이 관치 금융의 핵심 고리라고 비판해온 시민단체들과 금융전문가들이 대표적이 든 사례가 대우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 한국GM 등 최근 정부가 개입한 구조조정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기업이 지역이나 국가 경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알게 모르게 채권단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결정을 정부가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막후에서 결정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들이 거론한 기업들은 모두 기촉법을 바탕으로 한 워크아웃 대상이 아닌 ‘자율협약’ 기업이다. 법적 근거가 있는 워크아웃보다 채권단이 주도하는 자율협약이 정부가 개입하기는 훨씬 수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조조정 수단으로서 워크아웃의 효용성은 어떨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 성공률은 54.4% 정도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 회생절차의 성공률은 45.6% 수준이다. 물론 회생이나 워크아웃 대상 기업의 상황이 제각각이라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다른 구조조정 수단과 비교해 탁월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구조조정 절차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여권 내부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의견이 있는 만큼 기촉법은 하반기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큰 방향성이 워크아웃에서 회생으로 바뀌고 있고, 자본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거부할 수는 없다. 또 그동안 관치금융의 드러난 폐해도 적지 않다. 다만, 치열한 토론 과정에서 사실과 주장은 철저히 구분했으면 한다. 그래야 이번 기회에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 체계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