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 역사 바로세우기가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육사의 뿌리를 신흥무관학교를 넘어 육군무관학교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신흥무관학교가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과 광복군의 기반이 되긴 했지만 군 출신들이 만든 학교로, 정부가 설립한 근대화 된 군의 교육기관은 육군무관학교라는 것입니다. 육군무관학교 출신들이 신흥무관학교 전신인 신흥강습소를 만들었고 신흥무관학교 출신 인사들과 교관들이 독립군과 광복군으로 활동했으며 이들이 광복 이후 대한민국 국군 건군 과정에서 활약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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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육사는 뿌리찾기에 소극적이었던게 사실입니다. 지금도 육사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듯 1946년 5월 1일 개교한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모체로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육군은 육사의 현대사적 연원은 광복 후 설립된 군사영어학교에서 조선경비사관학교로 이어지고 다시 육군사관학교로 발전을 거듭한 과정에 있다고 설명해왔습니다.
육사가 광복 이전의 역사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해방 이후 6.25 전쟁을 거치면서 ‘친일’ 인사가 육군의 요직을 차지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했던 백선엽 장군은 6.25전쟁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참모총장까지 역임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해방 이전에 일본군 장교 출신이다. 이들의 독립군과 광복군 토벌 전력 때문에 이를 우리 군의 뿌리로 보는 것은 껄끄러웠을 것입니다. 게다가 12.12 사태로 탄생한 신군부는 독립군과 광복군 출신에 북한 주요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이를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독립군과 광복군의 활약상은 교과서에서만 배울 뿐 우리 군 역사에는 포함돼 있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군의 역사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해 8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전통도 육사 교과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독립군·광복군 관련 역사를 우리 군의 역사에 편입시키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국방부는 관련 심층연구를 거쳐 향후 국방사(史) 수록 등 우리 군의 역사에 편입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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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육사의 ‘변신’이 눈에 띕니다. 지난 해 말 학교 충무관에서 학교에서 ‘독립군·광복군의 독립전쟁과 육군의 역사’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 이후 줄곧 육사 뿌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김완태 육사교장(중장)은 “육사는 독립군과 광복군의 숭고한 가치와 정신을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3월 1일에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인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육사에 세워졌습니다. 실제 장병들이 사용한 실탄의 탄피 300kg을 녹여 만든 흉상이라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육사는 올해 1학기부터 신흥무관학교를 포함한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1학년 생도들이 수강하는 국사 과목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독립군과 광복군이 주도한 독립운동 전반을 이해하고 1919년부터 본격화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중심의 독립운동 전개를 교육합니다. 또 신흥무관학교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 육군무관학교 등을 포함해 교육할 예정입니다. 특히 독립군과 광복군에서 대한민국 국군으로 계승된 인적·정신적 연계성을 부각해 국군의 뿌리가 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교육한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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