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00년 기업’ 니콘의 비밀을 찾아가다

장종원 기자I 2016.02.28 13:21:34

일본 도쿄 ‘니콘 뮤지엄’ 방문기
광학기술 외길이 과거-현재-미래 이어

[도쿄(일본)=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일본의 광학기업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니콘이 내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1917년 일본광학(Nippon Kogaku)에서 출발한 니콘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무려 10번이나 반복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은 8곳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한순간에 공중분해 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과연 니콘을 지속 가능케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26일 방문한 ‘니콘 뮤지엄’은 그 해답의 실마리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대형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일본 도쿄 시나가와현. JR시나가와역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니콘 본사가 있는 인터시티 빌딩 2층의 니콘 뮤지엄을 만나볼 수 있다. 니콘 100년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작년 10월 개관한 니콘 뮤지엄은 4개월만에 2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가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6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현에 위차한 니콘 뮤지엄에서 관람객들이 한쪽 벽면에 전시된 니콘 카메라를 살펴보고 있다. 장종원 기자.
니콘 뮤지엄에서는 니콘 100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니콘 100년의 광학기술의 역사다. 대중적인 카메라와 렌즈는 물론 광학 유리, 천체망원경, 현미경 등 600여점의 전시품은 니콘이 일관되게 광학기술에만 집중했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니콘은 창업 초기에는 현미경, 망원경 등의 제품을 생산했고 1945년부터 카메라 사업을 시작했다. 분야는 다를지라도 그 밑바탕에는 광학기술이 자리잡고 있었다. 니콘은 지금도 광학유리 제조에서 카메라 렌즈, 노광장치까지 일괄 생산하는 몇 안되는 광학기업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지름 1.5m의 도가니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은 유리 알갱이를 모아 녹인 후 여러 번의 정제 과정을 거쳐 렌즈의 원석을 만드는 장치로 광학기업 니콘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물건이다.

전시장으로 본격 접어들면 니콘이 지금까지 내놓은 카메라 540여개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광경을 만나볼 수 있다. 1948년 출시된 니콘의 최초 필름카메라 ‘니콘 1형’ 최초의 플래그십 SLR 카메라인 ‘니콘 F’(1959년), 최초 디지털카메라인 ‘니콘 E2’(1995년) 등을 비롯해 D시리즈, 쿨픽스 등 최신 제품이 모두 전시돼 있었다.

니콘의 최초 카메라 니콘1형. 장종원 기자.
니콘 카메라의 상징인 ‘붉은 띠’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1980년 이탈리아 유명 산업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참여한 니콘 F3가 시작이었다. 니콘 F3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촬영을 위해 스페이스 셔틀에 부착된 제품이다.

니콘 초기 제품인 쌍안경 뿐 아니라 의료기기인 현미경, 천체 망원경 그리고 반도체 장비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니콘이 생산하는 반도체 노광장치(스태퍼)에도 렌즈가 장착되는데, 반도체의 근간이 되는 웨이퍼에 아주 정밀한 작업을 하기 위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니콘은 일본에서 최초로 천체망원경의 개발에 착수한 광학 제조사다. 인공위성에 탑재되는 광학기기도 만든다. 다가올 우주시대에 니콘의 미래 역시 광학기술에 있는 것이다.

콘 츠네요시 박물관장은 “니콘 뮤지엄은 기술의 진화 기술의 발전이라는 니콘의 기업문화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면서 “광학기술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술개발을 계속한 것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26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현에 위차한 니콘 뮤지엄에서 관람객들이 한쪽 벽면에 전시된 니콘 카메라를 살펴보고 있다. 장종원 기자.
가공을 통해 NIKKOR 렌즈로 탄생할 원석. 니콘이미징코리아 제공.
니콘이 출시한 ‘NIKKOR 렌즈’. 니콘이미징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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