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늪 빠진 한국경제…수출쇼크 재연될라

김정남 기자I 2016.02.14 14:10:28

세계 금융시장 패닉…우리도 불확실성 불똥 튀어
미국 중국 모두 안 좋아…마이너스 금리도 역효과
자동차 반도체 모두 침체일로…또 수출쇼크 우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기업협회 비상총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우리 경제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늪에 빠졌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이 잇달아 휘청거리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고, 덩달아 경제 첨병인 산업계까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통적인 정책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거듭되는 양적완화에도 경기는 바닥을 헤매는 게 그 방증이다. 미국도 ‘구원투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달에도 우리 수출이 죽을 쑬 것이란 우려가 벌써 나온다. “설 연휴로 영업일수가 줄고 주력 신차도 없어 고전하고 있다”(국내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 패닉…우리도 불확실성 불똥 튀어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달 원·달러 환율의 평균 하루 변동폭은 10.4원에 달했다. 보통 10원 정도면 크게 출렁인 것으로 간주되는데, 매일 이런 장이 이어졌다는 뜻이다. ‘차이나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덮친 지난달(평균 7.9원)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평균은 6.6원이었다.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원화 가치의 향방은 글로벌 단기 이슈에 춤을 추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집약하고 있다. 우리 손으로 어느 것 하나 통제할 수 있는 게 없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매일 아침 예상이 계속 빗나갈 정도로 시장이 거칠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일 완화책을 시사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증시는 ‘패닉’ 상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조절로만 경제 흐름을 바꾸기에는 대외 여건이 워낙 좋지 않다”면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여겨졌던 중국마저 둔화하고 있고 유럽도 돈을 많이 풀었지만 회복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무능’ 탓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른바 ‘마이너스 금리’다.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를 부양시키고 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약세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또 양적완화 외에는 카드가 없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한은도 금리 인하 압박을 계속 받고 있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 참가자들도 마이너스 금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려워 한다”면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게 현금보다 더 못해질 수 있다는 건데, 그러면 돈이 더 돌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와중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돌출되고 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여파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고 있다. CDS 프리미엄은 한 국가의 신용도와 직결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G2(미국·중국)간 신(新)냉전도 악재 중 악재로 꼽힌다. 한은 한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 두 축이 따로 움직여 세계경제 불안정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북한 리스크까지 맞닥뜨리면 공포는 배가될 수 있다.

◇자동차 반도체 모두 침체일로…또 수출쇼크 우려

불똥은 실물경제로 튀고 있다. 기업들은 울상이다. 특히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으로 수요 회복 기대감을 키웠던 자동차업계도 여전히 전망이 밝지 않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차를 사려는 소비자 대부분이 이미 지난해 연말 앞당겨서 차를 샀다”고 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쌍용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62만631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8% 줄었는데, 이번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올해 초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는 각각 아이오닉, K7 등 신모델을 투입했지만 수요 침체 앞에 길을 잃고 있다.

반도체도 만만치 않다.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반도체를 탑재하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 팔리지 않고 있다. 업계에는 올해 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기류가 만연해 있다. 삼성전자(005930) 등 국가대표 수출기업의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디스플레이도 비슷하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은 공급 과잉 탓에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리우올림픽 효과’도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통상 올림픽 월드컵 같은 초대형 이벤트는 업계에 대형 호재로 인식된다. 이런 주력군들이 침체일로를 걸으면 이번달 수출 역시 ‘쇼크’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허인 교수는 “(재정과 통화를 동반한 전통적인) 단기부양책보다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미 늦었고 당장 효과를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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