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시도 소방본부·소방학교 24곳 627명의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근무 중 한 번 이상 부상을 당한 120명 중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했다’고 응답한 소방관은 99명(82.5%)에 달했다. 나머지 21명(17.5%)만이 공무수행 과정에서 입는 부상으로 인정돼 공상(公傷)처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 부담으로 처리한 이유로는 ‘공상처리 신고절차가 복잡하거나 신청 가능한 부상 요건·기준이 없다’는 응답이 65명(54%)으로 가장 많았다. ‘행정평가 상의 불이익 때문’이라는 응답은 21명(17.5%)이었다. ‘신고를 해도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응답도 13명(10.8%)이나 됐다.
공상으로 인정받으려면 인사혁신처(인사처) 공무원연금급여심의위원회를 심사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공상처리를 받은 소방공무원은 평균 319.2명으로 전체 소방공무원 4만 406명(2014년 기준) 중 0.8% 수준에 불과하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부상과 소방활동과의 연관성을 소방관 본인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많게는 10곳 이상에서 서류를 떼야 한다”며 “소방관들이 다양한 곳에 부상을 입는데도 공상처리 기준은 세밀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공상처리를 신청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지난 2월 인천의 한 소방서장이 ‘소방 활동 중 안전사고를 당한 당사자와 지휘선상 책임자까지 근무평정, 성과상여금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119 안전센터에 통보한 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직무위험군에 속한다는 이유로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손해보험협회 등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의원실에 “소방직 등 위험직군은 보장성 상해 보험 같은 경우 보험료가 할증되거나 회사에 따라 가입을 거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남춘 의원은 “이런 현실임에도 소방공무원을 위한 국가적인 정책적 보험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며 “소방관들이 치료비 걱정이 없도록 국민안전처가 나서서 국가보험을 검토해 보고, 세밀한 공상처리 기준도 만들어 인사처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순중 안전처 소방정책국장은 “부상을 당한 소방대원들이 자비로 치료를 받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전국적인 현황부터 파악해보고 제도적 개선방안을 찾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사처 연금복지과 관계자는 “공상처리 요건은 현행 산재법과 비슷한 절차, 규정으로 돼 있고 소방관 이외의 특수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현재보다 세밀한 공상기준이 필요한지는 사례를 봐서 필요성이 있다면 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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