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만 배기가스 유입?..국토부, 30여개 차종으로 조사 확대

김현아 기자I 2011.11.10 11:27:26

그랜저HG, 속도 높일때 실내로 일산화탄소 유입 확인
현대차 무상수리 결정..일반 소비자는 잘 몰라
그랜저 소비자원 피해신고 잇따라..국토부, 타 메이커도 결함여부 조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그랜저 HG를 고속주행할때 배기가스(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유입된다는 사실이 확인돼 현대차(005380)가 지난 4일 '무상수리'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이 사실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있어 '서비스 캠페인'이란 설명이 무색하다.

이런 가운데, 국토해양부 산하 자동차성능연구소가 그랜저 뿐 아니라 다른 메이커의 자동차들에 대해서도 배기가스 유입관련 제작결함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실내에 유입되는 배기가스 관련 안전 기준은 없는 상태. 국토부는 최대한 빨리 조사해서 국민들의 불안함을 잠재운다는 계획이다. 
 
◇ 현대차 무상수리 결정..일반 소비자는 잘 몰라

현대차는 지난 4일 그랜저 동호회 운영진들을 상대로 비공개 시연회를 열고, 별도의 개선조치를 하면 배기가스 유입량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여줬다. 차 주변의 구멍(공기통로)을 막고, 환기장치(익스트렉터) 부품을 교체했더니 유입량이 현저히 떨어진 것. 140km/h~160km/h 고속주행시 5.7ppm~23.3ppm(그랜저HG 2.4 썬루프 닫힌 상태 기준)였던 배기가스 유입량이 개선조치 이후 2.1ppm~2.2ppm으로 낮아졌다.
 
주행 중 자동차 안에서 얼마 만큼의  배기가스가 안전한가 하는 데 대한 기준은 없다. 자동차보다 넓은 실내의 경우 일산화탄소의 허용기준치가 10 ppm 일 뿐이다.
 
현대차는 이날 비공개 시연회 이후 사전예약하면 전국 서비스센터와 블루핸즈 등에서 시연한대로 무상수리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별도로 공지하진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평소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시속 140km 이상으로 달릴 때 배기가스가 유입된다"면서 "배기 설계 등 품질 문제는 아니며, 서비스 캠페인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 현대차 그랜저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자동차 실내 배기가스 유입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어 환경부 대기환경보전법에 기준조차 없을 정도"라면서 "연탄가스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처럼 위해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제작결함이 확인되지 않았어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정부 조사가 시간이 많이 걸리니 현대차가 일단 무상수리해 주는 것"이라면서 "지난 금요일 (현대차가) 서비스 캠페인을 하겠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 국토부, 30여개 차종 조사..소비자원 피해신고도 3건

현대차가 고속주행시 그랜저 HG 배기가스 유입 사실을 인정하고 무상수리에 들어갔지만, 국토해양부는 이와 별개로 국내에서 팔리는 30여개 자동차에 대해 제작결함 여부를 조사중이다. 다음달 말까지 진행되는데, 결함이 확인될 경우 리콜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조물관리법상 제작결함은 단순한 품질 문제가 아니라 타인 재산에 피해를 유발할 수 있거나 신체에 위해가 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워낙 관심이 많은 문제라 제작결함 조사를 다음달 말로 정해진 일정에서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라면서 "제작결함이 확인된다면 (현대차가) 자발적 리콜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성능연구소 관계자는 "법상 기준이 없어 어디까지가 유해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정상주행에선 문제가 없고, 급가속 및 고속주행 등 불완전연소를 일으킬 수 있는 운행상태에서 배기가스 유입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동호회 등에서 그랜저 HG 배기가스 유입 논란을 제기한 지 2주일도 안 된 지난 9일 오후 현재 한국소비자원에는 3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에서 수리를 받았지만 배기가스로 인한 두통을 호소하는 내용들이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제작결함 여부는 자동차성능연구소에서 조사중이라 곧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면서도 사견을 전제로 "그랜저HG의 배기 머플러 길이가 짧아 배기가스가 범퍼 아래쪽을 타고 트렁크쪽 환기구로 넘어가 그게 실내로 차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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