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종수 김보리기자] 지난 24일 치러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새 지부장 선거에서 노조 내 대표적인 실리파로 꼽히는 `전진하는 현장노동자회(전현노)` 소속의 이경훈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감지되어 왔다. 민주노총 주도의 강경·정치 투쟁에 대한 거부감이 조합원들 사이에 확산된 것이다.
특히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금속노조의 강경투쟁이 고용안정에 효과를 보지 못했음을 경험하면서 현대차 조합원들 사이에 "민주노총 식의 강경투쟁이 조합원 권익을 지킬 수 없다"는 인식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차(005380) 지부장 선거 결과의 핵심으로 `변화`를 꼽는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96년 제 6대 노조위원장에 정갑득씨가 당선된 이래 줄곧 강성파가 집권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중도 실리` 성향의 지부장이 당선되는 `선거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현대차 노조에서 이처럼 '중도 실리주의' 세력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은 올들어 현대차 노조와 금속노조가 상당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차 지부 산하 정비위원회는 지난 7월 금속노조 탈퇴를 전격 결의했다. 이들은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지역지부 전환이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지난 6월엔 현대차노조 윤해모 지부장이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경훈 당선자도 이번 선거 운동기간 "금속노조를 바꾸지 못하면 현대차 지부도 무너진다"며 금속노조의 변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노총이 주도해 온 20년간의 노동운동 판도에 적잖은 변화를 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의 핵심이자 전투적 노동운동을 대표했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현대차 노사관계에도 전세계적인 추이인 노사간 협력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생산성 제고와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 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제 노사 관계 뿐 아니라 노조 내부의 융화를 어떻게 이끌어갈지가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태주 노동행정연수원 교수는 "이번 중도실리 후보의 당선은 강성 집행부의 여러가지 한계를 반증하는 것"이라며 "다만 여전히 강성노선을 표방하는 노조원들이 과반수 가량 있는 상황에서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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