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용무기자] 롯데홈쇼핑이 최근 주(主) 택배사 선정을 공개 입찰로 바꾸자 업계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기존 거래 택배사와 거래조건만을 바꿔가며 재계약을 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투명한 입찰 방식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정작 택배업계는 롯데가 `갑(甲)`의 지위를 통해 `을(乙)`인 자신들을 옥죄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롯데쇼핑(023530))은 다음달로 계약이 끝나는 주 택배 배송사 입찰 계약(연 1000만 상자 내외)에 기존 현대택배를 비롯해 대한통운(000120)·한진(002320)·CJ GLS 등 이른바 택배 `빅4`를 모두 참여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홈쇼핑업체가 일부 직배송 및 반품 택배 배송(20% 내외)을 제외하고 본 물량에 대해 택배사들을 상대로 공개 입찰을 진행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GS홈쇼핑(028150)·CJ홈쇼핑(035760) 등 5개 홈쇼핑업체는 초창기 계약을 맺은 택배사와 재계약을 맺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이번 비딩에 참여한 택배사들은 기존 택배단가(2500~2600원선)보다 수백원 정도 낮은 가격과 택배 창고(물류센터) 무상 제공 등의 계약 조건을 롯데홈쇼핑 측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한진과 CJ GLS는 1차 비딩에서 탈락했으며, 현재 현대택배와 대한통운간의 2파전으로 압축된 상태다. 최종 입찰결과는 이번 주중 발표될 예정이다.
◇택배사 선정 공개입찰로 전환..왜?
그동안 롯데홈쇼핑의 택배 배송은 현대택배가 도맡아왔다. 롯데로 인수되기 이전인 우리홈쇼핑 시절부터 해왔으니 사실상 `밀월관계`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리 규모는 전체의 80%에 이른다. 관련기사☞ 홈쇼핑-택배, 손발맞는 최고 단짝은?
사정이 이렇다보니 롯데가 택배 배송사 선정을 기존과 다르게 공개입찰로 돌린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택배업계는 공개 입찰을 통해 `물류비 감소`란 실익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롯데(홈쇼핑)가 기존 계약 체계를 깨고 공개입찰로 돌린 것은 언뜻 투명 경쟁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공개 경쟁을 통해 (택배)단가를 다운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어차피 (택배)창고 무상 제공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 누구라도 제시한 조건이어서 변별력이 떨어진다"며 "결국 누가 낮은 단가를 제시하는가가 당락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기존 현대택배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자, 그 압박카드로 공개입찰을 꺼내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택배가 제시한 조건이 기대에 못미치자, 일종의 군기(?)를 잡기 위해 다른 택배사들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업계 안팎에선 결국 현대택배와 최종 파트너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전산 등 시스템상의 리스크가 커 택배사를 중간에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까지 홈쇼핑업체와 택배사간 계약 관계가 깨진 사례는 지난 2000년, CJ홈쇼핑(옛 삼구쇼핑)이 기존 현대택배에서 CJ GLS로 바꾼 게 유일하다.
일각에선 우리홈쇼핑이 롯데에 넘어가면서 특정 업체에 물류를 맡기고 있다는 그룹 내 지적에 따라 공개 입찰로 돌렸다는 얘기도 있다.
◇롯데 "택배사 선정, 단가보다는 서비스 우선"
하지만 롯데홈쇼핑 측은 이에 대해 "이미 예전부터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 입찰 방식을 통해 택배 배송회사를 선정해왔다"고 반박했다. 또 "배송사 선정 기준 역시 택배 단가보다는 효율성과 배송서비스 등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보팀 관계자는 "올 초 대표가 바뀌면서 고객 배송 서비스 강화에 올인하는 분위기"라며 "이번 입찰도 그런 맥락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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