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인재 60만명 떠났다…“유출 막자” 그리스, 해외 사립대 도입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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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기자I 2025.09.03 06:00:00

■특별기획 ‘글로벌 젠지(GenZ) 리포트’ ⑦그리스
높은 교육열 뚫은 국가 인재, 일자리 찾아 이민
‘사립대학 금지’ 헌법 벗어나 해외 사립대 도입
현장은 ‘글쎄’…“근본 해법 아냐, 인재 안 돌아올 것”
교육 전문가들 “공교육 강화·양질 일자리 창출이 먼저”

[아테네·포르토 라프티(그리스)=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국가 부도 위기를 겪은 후 그리스에서는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동네마다 한국의 ‘대치동 학원가’가 있을 만큼 사교육 열기가 높은 이 나라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들은 해외로 떠났다. 학문적 성취를 활용하고 이어나갈 질 좋은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로 유출된 인재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그리스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사립대학을 허용하지 않는 헌법에서 벗어나 해외 사립대학 분교를 자국에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우수한 두뇌를 수혈하겠다는 방안이지만 우려도 만만찮다. 지방대학 폐교 우려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인재 유출 원인의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리스 아테네 조그라푸에 위치한 아테네대학교 철학대학 건물 곳곳에 학생들이 각종 시위 문구를 적어놨다. (사진=정윤지 기자)
첫 해외 사립대 분교는 9월부터 문을 연다. 지난해 3월 해외 사립대 분교 설립을 허용하는 법이 통과되며 프랑스 북소르본 대학 등 12개 이상의 대학이 진출을 신청했다. 원래 그리스는 헌법상 모든 대학이 국립으로 무상교육을 원칙으로 해왔지만 정부는 유출된 인재를 들여오기 위한 방법으로 이 정책을 추진했다.

그리스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경제 위기에 따른 두뇌 유출이 심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국가 부도 위기 후 2010년~2021년 새 인재 60만 명이 이민 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년 전 한국에서 교수로 일자리를 찾은 하라치두 엘라다(30)씨는 “동료나 제자 중 많은 이가 해외에서 자리 잡았다”며 “교육과 노동 시장의 수요 불일치, 특히 전문 분야에서의 진로 기회 부족이 큰 문제다”고 짚었다. 콘스탄티노스 다스칼로풀로스 그리스대사관 참사관도 “재정 위기로 유출된 인재가 많다”며 “그들은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 했고 월급 인상을 바라왔는데 그들이 이민가도 당시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현장은 다만 이 정책이 인재를 불러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고 있다. 법안 추진 소식이 알려진 뒤 그리스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그리스대학도 유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지방대학 폐교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실제 수백 년간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받은 그리스 Z세대 사이에서는 “부모님도 한 푼도 안 내고 공부했는데 나 역시 1센트도 못낸다”는 취지의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그리스 아테네 조그라푸의 아테네대학교 철학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야니스 루사키스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그리스 교육 전문가들은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면 공교육 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게 이치에 맞는다고 봤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만난 야니스 루사키스 아테네대 철학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국립대학도 충분히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며 “현재 20년 전보다 정부 지원금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스타브로스 마브루데아스 판테이온대 정치경제학과 교수도 “인재를 그리스로 데려오려면 국립대학 정원 수를 늘려야 하는데 정부는 되레 줄이려 한다”며 “새 대학이 얼마나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그리스 포르토 라프티 지역에서 만난 스타브로스 마브루데아스 판테이온대학교 정치경제학과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인재가 일할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관광업에 치중된 산업 구조를 벗어나야 한단 것이다. 마브루데아스 교수는 “고임금의 좋은 근로 환경을 갖춘 정규직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Z세대가 살아갈 환경은 기성세대 때와 달라서 그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루사키스 교수는 “정보기술 같은 기존에 없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Z세대들도 전공을 선택할 때 기술 부문의 전문직으로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통역 도움=강경애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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