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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타사 움직임도 고려”…GM·포드도
2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토요타는 트럼프 취임위원회에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토요타 관계자는 기부의 이유에 대해 “미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으로서 중요한 이벤트라고 생각했다”며 “타사의 움직임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자동차 대기업인 제너럴 모터스(GM)과 포드자동차는 각각 100만달러를 기부하고 행사에 필요한 차량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쟁사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토요타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EV) 정책과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등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 오픈AI의 샘 알트먼 CEO도 트럼프 취임위원회에 각각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또 로빈후드마켓츠는 200만달러, 우버와 다라 코스로샤히 CEO는 각각 100만달러를 내며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금융계 역시 거액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켄 그리핀 헤지펀드 매니저가 취임위원회에 100만달러를 기부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골드만삭스도 트럼프 취임위원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행정부의 권력 이양식인 취임식 자체는 미국 의회가 주관한다. 취임위원회는 취임식을 제외한 개막식·퍼레이드·갈라(Galas)와 무도회(Balls) 등 취임식과 관련된 행사를 계획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취임위원회는 기부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기부금은 법적으로 제한이 없다. 취임식이 개최된 이후 90일 이내에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200달러 이상을 기부한 기부자 명단과 기부 내역을 보고해야 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취임 관련 행사에서 얼마를 썼고 얼마를 남겼는지는 파악이 어렵다.
CNBC는 “트럼프의 2017년 취임식은 2009년 버락 오바마 취임식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트럼프는 오바마보다 2배 이상의 기금을 모았다. 따라서 수백만달러가 남았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어디로 갔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트럼프 취임위원회는 남은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연방 세무기록에 따르면, 모금액 중 4분의 1인 2600만달러는 영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의 고문이 만든 이벤트 기획 회사로 흘러갔다. 자선단체에 기부된 총 금액은 500만달러였다.
◇“협상 테이블 앉지 않으면 협상 메뉴가 될 것” 공포
abc방송의 지난 19일 보도에 따르면 이미 트럼프 당선인의 두 번째 취임위원회 기부금은 목표액인 1억 500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위원회가 모금한 6200만달러의 거의 세 배에 달할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첫 취임위원회 모금액 1억 7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이는 역대 최고 금액이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취임위원회에 거액을 기부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그 셈법을 더욱 강화시켰다고 말한다.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의 브렌던 글래빈 연구책임자는 CNBC에 “누구도 트럼프 4년 동안의 공격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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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을 호의의 척도로 쓰는 트럼프 당선인 측의 태도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abc방송에 따르면, 취임위원회는 최소 5만달러부터 200만달러까지 등급을 매겨 기부자·모금자들에 대한 행사접근권을 달리하고 있다. 100만달러를 기부하거나 200만달러를 모금한 최고 등급 기부자·모금자는 내년 1월 18일 JD 밴스 부통령 당선자와 그 부인인 우샤 밴스와 ‘친밀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멜라니아 여사와의 ‘촛불만찬’은 (1월 19일) 참석 조건은 최소 25만달러를 기부하거나 50만달러를 모금한 경우다.
문제는 이것이 특정 기업과 인물에 대한 특혜를 강화하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불이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주요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불확실성과 불투명성 확대는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치개혁 옹호단체인 이슈원의 연구책임자인 마이클 베켈은 “워싱턴의 가장 오래된 격언 중 하나는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협상메뉴에 오른다는 것”이라며 “테이블에 앉기 위한 입장료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