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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노총이 개최한 ‘산재노동자의 날 토론회’에서 원종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산재환자 장기요양의 본질과 산재의료 개선방안’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원 교수는 “대부분 산재환자는 산재 지정병원에서 진료받는데, 우리나라 산재 지정병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우수한 병원을 지정하는 게 아니라 요건을 갖춘 병원이 지정신청을 하면 승인하는 구조”라며 “산재 지정병원은 근로복지공단이 관리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산재 지정병원(치과·한의과 포함)은 2022년 기준 6095곳이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의료기관평가를 하는 곳은 매년 300곳에 그친다. 3년마다 돌아가며 평가해 실제로 평가받는 병원은 약 900곳이다. 원 교수는 “평가를 받지 않는 나머지 80% 산재 지정병원은 산재의료 질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고 의료 질이 어떤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원 교수는 “산재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관리 가능한 정도로 병원 수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사례를 들어 산재 지정병원 수보다 의료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2022년 기준 산재 손상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 461곳, 심한 손상환자 치료 병원이 105곳으로 총 566곳이다. 원 교수는 “독일 인구가 우리나라 대비 1.6배 많고 국토 면적은 4배 넓은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산재 병원이 독일에 비해 많다”고 했다.
독일이 산재병원이 적음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산재전문(DA) 제도 때문이라고 원 교수는 설명했다. 독일은 산재가 발생하면 산재 환자는 누구나 산재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산재전문의는 환자 상태에 따라 산재계약병원이나 산재전문병원으로 의뢰한다. 원 교수는 “독일은 산재보험 직영병원이나 계약병원의 의료 질이 일반 병원보다 높다”고 했다.
원 교수는 산재의료 질 향상을 위해 “산재 지정병원에 제공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산재의료기관평가를 통해 우수 병원을 중심으로 산재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재활인증병원을 확대해 의료전달체계 단계에 맞춰 의원급의 요양 인증병원, 급성기 인증병원, 종합인증병원을 만들어 유기적인 연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원 교수는 정부가 지난 2월 말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통해 발표한 ‘장기환자를 양산하는 요양 절차상 문제’에 대한 정부 인식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당시 정부는 “6개월 이상 장기요양환자가 전체 요양환자의 48% 수준을 지속 유지하고 있지만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체계적 노력이 부족했다”며 산재보험이 장기 요양환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원 교수는 “산재환자 1인당 평균 요양급여는 2001년 438만6554원에서 2022년 452만393원으로 올랐다”며 “산재보험 요양비는 건강보험 수가에 연동돼 있어 오를 수밖에 없지만, 건강보험 요양비 인상을 감안하면 산재 요양급여는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또 “6개월 이상 요양 환자 비율은 같은 기간 63.2%에서 47.6%로, 입원 환자 비중은 37.4%에서 16.5%로 감소했다”며 “이는 산재 환자에 대한 요양관리가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