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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13살 딸을 둔 아버지 A씨가 출연해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지난달 회사에 연차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던 A씨는 딸이 나오지 않고 방에만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딸의 방에 들어갔다. 이때 A씨는 자신이 사준 적이 없는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연락하고 있던 딸을 목격했다.
A씨가 “이게 뭐냐”고 묻자 딸은 “19살인 남자친구가 개통해줬다”고 답했다고 한다. 걱정이 된 A씨는 상대 남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잠깐 만날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이 남성은 “제가 지금 지방에 있다”며 전화를 피하기 시작했다.
수상함을 느낀 A씨는 딸의 휴대전화를 살펴보던 중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과 딸이 함께 찍은 셀카를 발견했다. A씨가 다시 전화를 걸자 남성은 “제가 장모님 상 중이라”는 말을 내뱉었고, 진짜 나이를 묻는 질문에 “21살”, “36살”이라며 거짓말을 반복하다 “죄송하다. 저 감옥 가기 싫다”고 사과했다.
알고보니 남성의 정확한 나이는 49살로, 올해 1976년생이었다. A씨보다도 5살이 많은 나이였던 것.
A씨가 딸에게 그 남성을 어떻게 만났는지 묻자 딸은 ‘오픈 채팅방’에서 만났다고 털어놨다. 아이와 남성은 함께 쇼핑을 하러 가는 등 데이트를 즐겼고, 남성이 용돈까지 줬다고 한다. 또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자기야”, “나만 연락을 기다리는 것 같다” 등의 메시지가 있었다. 심지어 남성은 “지금 모습 보고 싶어. 많이. 침대랑. 진짜 기대함”이라며 아이에게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아동 성적 길들이기”라며 “마치 자기는 순진한 사람인 척, 낭만적인 척 하는데 실제로는 거미줄을 친다.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말해야만 어린아이를 속박할 수 있을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픈채팅은 방 개설에 특별한 연령 제한이 없어 실제 미성년자를 나타내는 키워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에 미성년자들이 성범죄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2년 내놓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국의 학생 3789명(초등학교 5~6학년·중학교 1~3학년·고등학교 1~3학년) 중 오픈채팅에 참여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비중은 19.6%에 달했다. 오픈 채팅을 경험해 본 청소년 중 65.3%는 낯선 타인으로부터 사적인 연락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오픈 채팅방’은 채팅 참여에 나이, 성별 등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성인이 미성년자에게 접근하기 매우 쉬운 환경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