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페이코인(PCI)은 140원대를 기록했다. 닥사의 상장폐지 결정 전 310원대에 거래되던 것에서 55%가량 폭락한 것이다. 가격 하락으로 시가총액 3230억원(총 유통량 19만개)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닥사 소속 거래소 중 PCI가 상장돼 있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은 지난달 31일 공동으로 페이코인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국내 결제 사업 중단으로 급격한 사업 변동이 발생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내린 결정이다. 페이코인 측이 금융당국의 우려를 감안해 국내에서 자체발행 코인 PCI 결제 대신 비트코인 결제로 사업을 변경한 후 다시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며, 지갑 서비스를 강화하고 해외 결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페이코인은 국내 결제 전문업체 다날이 2019년 자회사를 통해 출시한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다. 이용자가 PCI로 지불하면, 이를 원화로 바꿔 가맹점에 정산하는 구조로 운영해 왔는데, 금융 당국이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은행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하라고 지시하면서 지난 2월 서비스가 중단됐다.
◇사실상 국내 시장 퇴출...320만 사용자 피해
이번 3개 원화 거래소의 PCI 상장폐지 결정은 사실상 시장 퇴출에 가까운 조치라 충격을 주고 있다. PCI 전체 거래 중 88%가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4일 3개 거래소가 동시에 PCI 거래 지원을 중단하면, 국내 거래소 중 PCI 거래가 가능한 곳은 코인마켓 거래소 지닥이 유일하다. 글로벌 거래소 중에는 오케이엑스, 후오비 등이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페이코인은 물론 가상자산 업계와 투자자들은 이번 닥사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실제 가상자산 커뮤니티에는 “투자자를 기만하거나 사기성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320만 명이 쓰는 코인을 상장폐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페이코인 측도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은 백서대로 사업 진행을 하지 못하는 많은 거래지원 프로젝트들과 비교해 심각히 형평성을 잃은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닥사가 당국의 눈치를 봤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자체 발행코인으로 결제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게 당국의 진짜 속내로 보인다”며 “코인 결제 자체를 당국이 부정적으로 보는 상황에서 거래소들도 페이코인 거래지원을 계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실사용 사례를 만들어온 업체들이 규제로 사업을 접고,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규제 리스크가 너무 커 가상자산 혁신 서비스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닥사에 대해서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