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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개시하자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현지 언론은 그동안 미국 행정부가 이례적으로 공개한 러시아 침공 시나리오를 재조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보기관이 입수한 첩보를 토대로 지난달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도가 있다고 폭로했다. 지난달 20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할 것이라고 공언하며 이는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러시아 군대 미국이 예상한 시기에 주요 군사 시설에 대한 미사일 포격을 시작으로 동·남·북 3방향에서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진격해 들어갔다. 침공 명분 마련을 위한 러시아의 거짓 선전전과 위장 작전, 사이버 공격 계획도 예측한 대로였다.
미국은 앞서 이같은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와 푸틴 대통령의 의도를 영국,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공유했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근에 주둔한 병력을 배로 늘릴 것이고, 침공을 위해 육·해·공군과 포병을 어디에 배치할지를 설명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의 의도를 읽고 상황을 정확히 예측한 미국 정보기관의 성공은 이번 위기에서 가장 두드러진 발전 중 하나”라며 “러시아에 비용을 부과하기 위한 제재와 다른 조치들을 준비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을 지원하기 군대를 파견하고, 미국인들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침공 가능성을 경고하기보다는 전례가 없는 방법으로 침공에 대한 예상을 반복적으로 밝히고 일부 기밀 정보를 공개하는 등 위험한 전략을 선택했지만, 이에 따라 러시아가 침공 사실을 부정하거나 근본 원인을 호도할 수 있는 여지를 줄였다고 WP는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바이든 대통령이 극히 이례적으로 공개한 정보들은 푸틴의 진정한 의도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며 “일반적 상황이라면 결론을 내는 데 몇 달이 걸렸을 대러시아 제재를 놓고 동맹국의 지지를 끌어냈다”고 진단했다.
CNN 방송은 미국 정부가 러시아 침공 이후에도 각종 정보를 계속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해방자’로 포장하는 선전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 국면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은 수십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적 위기 때 드러난 정보전 실패에 대한 오명을 벗고 그 정확성을 국내외에 입증했다고 NY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