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조(兆)단위 국가시범사업 행정은 ‘깜깜이’

장영은 기자I 2020.12.06 16:04:14

文대통령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사업 2곳 평가과정·선정기준 두고 논란
지속가능한 사업 위해선 예측가능성·투명성 확보해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국가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부산과 세종 스마트시티에 참여할 민간사업자 선정이 모두 끝났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해 조(兆) 단위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지만, 평가 과정과 선정 기준 등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위)와 세종 스마트시티(아래) 조감도.


우선 지난 1일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는 평가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평가에 직접 참여했던 평가위원들로부터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 그랜드 컨소시엄’이 익명성을 어기고 사업계획서에 특정 업체명을 노출했고, 평가과정에서 실제 참여하지도 않은 컨소시엄 구성사를 부풀려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행태는 사업계획서 작성 기준에 어긋나거나 공정하지 못한 방법이긴 하지만, 공모지침서를 살펴보면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될 만한 탈락 사유는 되지 않는다.

사업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가 공개한 평가결과 내역서를 보면 사업계획 등에 대해 평가한 정성평가에서는 더 그랜드 컨소시엄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컨소시엄의 점수가 18점 가량 높았다. 양측의 최종 점수차가 3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차이가 났던 셈이다.

바꿔 말하면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사업 수주전의 최종 승부처는 가격이었다. 전체 1100점 중 100점을 차지하는 토지가격평가에서 더 그랜드 컨소시엄은 100점 만점을, 한수원 컨소시엄은 78.95점을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종 스마트시티 때도 사업을 따낸 LG CNS 컨소시엄이 토지가격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스마트시티 사업도 최저가 경쟁이 붙은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마무리된 세종 스마트시티 사업을 발주한 한국토지공사(LH)에 따르면 LG CNS 컨소시엄 역시 토지가격 평가에서 만점(100점)을 받았다.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은 가격 점수는 78.22점으로, 정성평가에서 약 8점을 더 받았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부산과 세종 스마트시티는 모두 2조원대의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도시 조성 사업이다. 국가 예산도 각각 1조원 넘게 들어간다. 사업의 규모도 그렇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스마트시티가 1970년대 중동건설붐 때와 같이 국가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시티가 과거 유시티(U-city)처럼 수요자에게 외면받고 단발성으로 그치치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속가능성 확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 기본적으로 수요자인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행정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관련 논란의 진위를 떠나 참여기업조차 평가기준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깜깜이’ 행정이나 저가 수주 논란이 이어진다면 이후 사업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도는 떨어질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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