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19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했지만 서울 내 일부 교회들이 12일 부활절을 맞아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 교회들은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다수가 모이는 교회의 현장 예배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이날 현장 점검을 하려는 공무원과 교회 관계자의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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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시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에는 예배를 하러 온 성도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근 교회 현장 예배를 보는 시선을 의식한 듯 이 교회는 취재진을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나눠줬다. 교회는 자체적으로 방역 규칙을 세우고 차량용 방역기, 열화상 카메라, 전신 소독기 등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온 한 신도는 “교회가 입구에서 1명씩 출입하게 하고 방역 때문에 계란도 나눠주지 않았다”면서 “우리 교회는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 같아 안심하고 나온다”고 말했다.
중랑구 금란교회도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 이 교회는 부활절을 맞아 7주 만에 현장 예배를 재개했다. 약 3000명 신도를 시간대 별로 나눠 한 번에 600명 정도가 1.5m 정도 간격을 두고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종로구 새문안교회도 2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에 200명 제한을 두고 현장 예배를 열었다. 한 회 예배마다 150명에서 200명 신도가 참석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우려스러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정부가 집에 있기를 권고하고 있는데 실내 공간에 다수가 모이는 자체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만하면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지 않냐며 걱정했다. 실제 성남 은혜의강 교회, 수원 생명샘교회, 구로 만민중앙교회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다.
40대 초반 A씨는 “주민들이 하지 말라고 해도 저렇게 하는데 신경끄는 방법 밖엔 없지 않냐”면서 “학교 다니는 딸이 둘이나 있는데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인 30대 남성 B씨는 “교회 주변에 차들이 모여 있어 예배 중인 걸 알았다”라며 “시국이 시국인 만큼 다들 조심해야 할 판인데, 보기 좋진 않다”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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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오전 10시쯤부터 서울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선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이 교회는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과 고발을 무시한 채 현장 예배를 진행해왔다.
이 교회 신도들은 입구에서부터 ‘예배방해죄는 대한민국 형법상 범죄’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신도 외 출입을 막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쯤 현장 점검을 하려는 서울시청 공무원들과 신도들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 신도는 “강남에 예식장에는 사람들 더 많은데 여기서 이러지 마라. 왜 다른 교회는 안 가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서울사랑제일교회 부활절 예배엔 1200여 명이 모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회에 들어가 조사하려고 했는데 거부해서 자세한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금지명령 기간에 예배하기 때문에 관련법 위반이다”라며 “3주째 집회금지명령을 위반하며 예배를 강행하고 있어 다른 교회들이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처럼 참여해주길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이주 부활절을 맞아 약 2100개 교회가 현장예배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다음 주말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체계 전환에 대해 결론내겠다고 밝혀 향후 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진행할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일부 대형교회는 다음주에도 현장 예배를 고려하거나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부활절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그동안 오프라인 예배를 중단하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며 이웃에 대한 사랑과 희생, 연대의 정신을 모범적으로 실천해오신 교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확진자 증가 폭이 줄어들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고 여전히 곳곳에서 위험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