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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박사방 핵심 피의자인 닉네임 ‘박사’ 조모씨 일당 외에 해당 대화방에 참여한 회원들로 수사망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조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한 이들을 적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은 최소 수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22일 오후 4시 기준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게시물은 등록된 지 나흘 만에 185만여명이 동의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가장 많은 동의를 얻었던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183만1900명)을 훌쩍 뛰어 넘은 수치다.
또한 이날 기준 ‘대화방 참여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게시물도 등록 이틀 만에 122만여명이 동의했으며 또 다른 관련 청원 두 건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답변 충족 요건인 20만건 이상을 달성한 청원의 누적 동의자수만 350만에 육박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사건이 공론화됐지만 이를 통해 누구나 성도착 범죄를 모방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며 “법원의 판결과 정부의 노력에 따라 성착취물을 시청한 수만명의 성도착자가 수백만명의 성도착자를 만드는 촉진제가 될 수도, 억제제가 될 수도 있다”며 관련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확인된 피해 여성만 74명…‘박사’ 신상 공개될까
텔레그램 박사방 성착취 사건은 지난 19일 조씨 등 공범 5명이 구속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핵심 피의자 일당이 붙잡히면서 드러난 사건의 전모는 충격적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은 ‘노예’로 지칭하며 자신들의 지시에 응하지 않으면 직접 찾아내 위협했다. 조씨의 구청 혹은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 공범자를 통해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협박·강요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총 74명, 이 중 16명이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또 공범들에게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자금세탁 및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 임무를 맡기기도 했다. 이들은 일면식도 없는 관계로 조씨는 자신이 노출되지 않도록 텔레그램으로만 범행을 지시하며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방식으로 받은 영상을 유포하면서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과 일정 금액의 가상화폐를 지급하면 입장 가능한 3단계 유료 대화방을 운영했다. 단계별 입장료는 1단계는 20만~25만원, 2단계는 70만원, 3단계는 150만원 안팎이며 가상화폐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피의자 주거지에서 확인한 범죄수익은 약 1억3000만원으로, 추가 범죄수익을 추적하고 있다.
한편 국민 상당수의 요청에 따라 조씨 및 공범들의 신상이 공개될지도 관심사다. 경찰은 이번 주 중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조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가릴 방침인데, 만약 공개되면 살인 이외의 죄명으로는 처음으로 범죄자의 이름과 얼굴이 밝혀지는 사례가 된다.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신상 공개 요건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국민 알권리 및 재범방지와 범죄예방 등 공공이익을 보장하는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현재까지 신상 공개가 된 피의자는 강호순·고유정 등 총 2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