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금융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탈중앙화 거래소(DEX)인 이더델타(EtherDelta) 창업주에 대한 기소 이후 더 많은 비등록 DEX를 타깃으로 삼아 규제의 칼날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 SEC는 증권(security)으로 간주되는 이더리움 기반의 ERC-20 토큰을 매매거래하도록 중개하면서도 정식 등록절차를 밟지 않은 이더델타 창업주인 자카리 코번을 법원에 기소했다.
SEC는 성명을 통해 “이더델타는 ‘디지털 자산 증권’으로 간주되는 ERC-20 토큰을 사고 팔 수 있도록 매매를 중개하면서도 정식 등록절차를 밟거나 등록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이들은 주문표를 사용해 웹사이트 상에서 주문상태를 디스플레이하고 이더리움 기반으로 스마트 계약을 통해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썼다”고 SEC는 적시했다.
그동안 이더델타는 SEC에 등록하지 않은 18개월 동안 360만건에 이르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코번 창업주는 30만달러(원화 약 3억3870만원)에 이르는 부당이익을 환수 당하는 한편 법원 판결에 앞서 이미 7만5000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이같은 SEC의 조치를 두고 업계에서는 그동안 암호화폐공개(ICO) 프로젝트와 팀에 주목해 온 SEC가 DEX로 규제의 타깃을 바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앤드류 힌키스 뉴욕대 로스쿨 조교수는 “이더델타가 거래소에 대한 첫 조치였는데, (거래소에 대한 규제조치가) 너무 오래 걸린 게 오히려 놀랍다”면서 “중앙화된 서버가 아니라 분산된 수 많은 노드간 거래를 중개하는 DEX라 해도 당국에게는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와 동일하게 받아들여 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DEX라 해도 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암호화폐 거래소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SEC로부터 사전에 법 위반여부의 가이드라인을 받는 비조치 의견서(no-action letter)를 받든지, 아니면 로펌 등으로부터 증권법 위반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SEC가 코번 CEO에 대해 부당이익 환수와 벌금을 물었을뿐 사업 폐쇄 등을 요구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당국에 사전 문의한 뒤 DEX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문제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프레스톤 번 번앤스톰 포럼 파트너는 “지금 거래소를 매각하든, 1년전이나 수년전부터 사업을 했든 중요하지 않으며 언제든 증권거래법 적용을 받게 된다”고 지적하면서도 “다만 SEC에 잘 협조했다는 이유로 코번 CEO가 자본시장에서 퇴출되는 일을 면한 만큼 이는 SEC가 거래소 사업자들과 대화하고 협업할 용의가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