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의 리트머스지`라 일컬어질만큼 경기에 민감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실적은 경기와 함께 고꾸라졌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이로 인한 손실로 버핏은 `세계 최고의 갑부`라는 타이틀을 내놔야 했다. 버크셔는 최고등급인 `AAA`를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연례서한을 통해 스스로 실수를 인정한 버핏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차가웠다. 언론들은 `버핏의 실수`, `버핏의 추락`을 연일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는 "가치투자가 증시의 변동성이 높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위기시 버핏식 가치투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심지어 월가에서는 "노령으로 안목이 흐려졌다"는 비판마저 나돌았다.
|
그러나 주주총회 행사장을 돌며 만난 주주들은 버핏에게 변함없는 신뢰와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실적 악화와 주가 급락은 `단기적`인 것이라며 버핏의 `장기적인 안목`을 믿는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시시피에서 왔다는 존 존스(40, 건축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의 주가흐름은 단기적인 것으로 장기적으로 회사의 미래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버핏톨로지를 전적으로 믿는다(I don't have any doubt)"고 말했다.
|
뉴욕에서 오마하로 향하는 비행기에 만난 벤 스타인(23, 투자펀드사 사장)도 "단기적인 주가의 움직임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국 경제에 베팅하고 있는 버핏의 투자관에 동의한다"고 지지했다. 아울러 "(실적 악화와 주가 급락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맨해튼에서 투자펀드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버핏과 그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의 투자방식을 따라 투자펀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흥분된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러나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한 버핏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는 버크셔의 주주들을 보면서 `자본주의 메카`의 저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버핏이 세계적인 투자가로 발돋움한 배경에는 이처럼 선진적인 투자자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장기적으로 버핏은 주가 폭락기에 주식 비중을 늘리고, 주가 급등기에 매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세계 경제의 위기감이 극도로 팽배했던 지난해 10월. 그 누구도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라고 말할 수 없었던 그때 버핏은 대규모 주식 쇼핑에 나섰다.
그리고 7개월 뒤인 지금. 글로벌 경제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도 상당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 증시는 지난 2개월간 35년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이번에도 버핏식 가치투자 전략이 적중할까. 경제와 증시가 바닥을 지났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버핏식 가치투자의 성패는 5년뒤, 10년뒤에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주총회장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의 말씀이 귓가를 맴돈다. "버크셔 주식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거야. 젊은 기자분도 노후를 위해 이참에 사두는 게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