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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경매시장 `들썩`..아직은 탐색전

박성호 기자I 2009.01.28 11:38:51

22일 중앙지법 경매법정 500명 이상 몰려
`호재`보다 저가매물에 응찰 집중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우와!" 함성소리가 터졌다. 최근 3~4개월 동안 경매법정에서 사라졌던 소리다. 서초구 경남아파트 105㎡의 낙찰자를 선정하는 순간, 48명이 몰리면서 집행관석 앞은 응찰자들로 메워졌다. `5억, 6억`이라며 낙찰가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두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 9억5000만원의 51%선인 4억8640만원에 경매가 시작된 이 아파트는 결국 감정가의 79.3%인 7억5300만원에 매각됐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경매가 시작되는 오전 10시 이전부터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최근의 경매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너댓살짜리 아이 손을 잡고 경매장을 찾은 주부도 보였다. 경매 현장교육을 받는 교육생도 많았다. 많게는 20명, 적게는 10여명씩 팀을 이뤄 경매법정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경매장에는 젊은층도 많이 보였다. 최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모두 침체기에 빠지면서 재테크 수단을 잃어버린 젊은층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 

부동산경매업체 지지옥션에서 경매교육을 받고 있는 한 30대 교육생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조금씩 회복된다는 소식에 경매를 배우려고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지만 아직 경매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경매 123건에 참여한 응찰자수는 총 207명. 이중 32건만 매각돼 매각률이 26%에 불과했다. 응찰자들이 최저경매가가 낮게 책정된 일부 물건에만 몰렸다.

지난 한 주간 서울에서 40명이상 응찰자가 몰린 경우는 네차례였다. 22일 중앙지법 경매에서도 경남아파트 이외에 강남구 도곡동 현대비전21 35㎡에 20명,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 85㎡에 45명 등 세 물건에 몰린 응찰자수가 전체의 54.5%에 달했다.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최근의 이런 양상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관심이 높은만큼 부동산 시장이 호전될 기미가 보인다면 단기간에 경매시장으로 사람들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

서초구에 살고 있는 허모 씨(여, 38)는 "경매시장이 조금씩 풀린다는 소식에 애들을 데리고 나왔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몰릴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며 "조만간 다시 경매시장이 살아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지지옥션의 장근석 매니저는 "경매시장이 부동산시장에 선행해서 움직이는 만큼 최근 사람들이 몰리는 양상은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이 다시 회복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매시장 회복을 말하기에는 다소 이른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은 경매시장이 호재에 반응하고 있다기 보다는 저가매물에 사람들이 몰리는 시장 침체기의 모습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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