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 교육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교육시장은 23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정확히 전년대비 5.73% 증가해 23조4000억원에 달했다.
국내 사교육시장은 지난 2000년부터 연평균 9.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의 2~3배에 달하는 수치다. 학원산업만 놓고 따져도 전년대비 11.53% 성장했다.
비정상적인 학원산업 발전으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한다. `기러기 아빠`의 등장으로 가정이 붕괴되고, 강남 등 일부지역의 땅값 급등으로 인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학원수 지속적 증가..증시 상장하는 교육업체도 줄이어
온라인 교육열풍에 휘말려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가 싶었던 학원사업이 `부활` 국면을 맞고 있다. 온라인교육업체로 출발한 메가스터디(072870)가 오히려 오프라인 학원사업에 진출했을 정도다.
학원사업이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게 된 이유는 초중고교생에 국한되던 교육사업이 대학생을 넘어 성인으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공무원시험이나 토익 토플, 회화 등 영어교육에서부터 심지어는 화술, 리더십 교육시장까지 형성되고 있다. 반대로 4세 미만 유아를 대상으로 한 학원업도 성행 중이다.
학원사업을 전개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학원시장이 최소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이 정도 시장 규모를 유지하면서 매년 고속성장하는 산업은 이 분야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회사 역시 올해도 학원수를 대폭 늘릴 것"이라며 "최근 업계 선도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기 위해 학원 수를 늘리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학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교육부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전국의 입시 및 보습학원수는 2001년 12월 1만3708개에서 2006년 12월 2만9005개로 5년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학원시장이 대폭 성장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학원사업이 점점 기업형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몇년전만 해도 주식시장에 상장한 교육업체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현재는 대교(019680), 메가스터디(072870), 에듀박스(035290), 이루넷(041030), 엘림에듀(046240), 크레듀(067280), 디지털대성(068930), 웅진씽크빅(095720), 능률교육(053290), YBM시사닷컴(057030) 등 수십개업체로 늘어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교육업 역시 다른 업종처럼 기업화되고 있다"며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는 교육 업체 또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학원 없으면 땅값도 안오른다"..자금 흐름 왜곡
교육사업의 성행은 자금흐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시중 자금이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곳으로 흐르는 것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주변에 유명 학원이 없으면 땅값이 잘 오르지 않는다`얘기가 통설 처럼 회자된다.
종암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씨는 "큰 학원이 들어선 지역은 임대가가 훨씬 높은 가격에 형성된다"며 "유명 학원과 학군이 몰려있는 강남의 경우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초등학교의 경우 정원의 2배 이상이 입학 지원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부모들은 강북권에 집을 갖고 있음에도 강남에 전세로 들어와 살거나, 심지어 위장전입을 해 자녀들을 강남권 학교에 입학시키고 있다. 이는 강남의 땅값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부동산114 등 부동산정보제공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1월 강남과 서초, 송파 등 3개구 전세금은 평균 0.51% 올랐다. 그외 22개구가 0.14%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유명 학원이 위치한 강남 대치동이나 도곡동 등은 연초대비 꾸준히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전세가가 꾸준히 올라 서민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정부의 교육정책이 전세가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이라며 "위장전입 같은 불법 사례도 반복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하여"..`가족 붕괴`등 사회문제도 발생
문제는 비정상적으로 확산된 학원산업에도 불구하고 교육 수요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결국 `공부를 하러` 해외로 떠난다. 이럴 경우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세포인 `가정`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조기교육 열풍으로 기러기 아빠가 양산되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데다 가정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부장(44)은 매달 300만원을 캐나다로 송금한다. 아들 둘과 아내의 교육비, 생활비를 지원해야하기 때문이다. 정작 김 부장은 매일 저녁을 라면이나 김밥으로 연명한다. 대출금이나 공과금같은 것을 납부하다 보면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술이나 여가 생활은 꿈도 못 꾼다. 김 부장은 하루 종일 TV를 보는 것이 낙이다.
방송국에 다니는 P씨 또한 비슷한 경우. P씨는 지난 2003년 자녀와 아내를 미국으로 보낼 당시 집을 처분한데 이어 올해 자동차까지 팔았다. 별로 사용할 일이 없었기 때문. 그는 현재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중소기업 부장인 L씨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자신의 월급보다 많은 400만원을 송금하고 있는 것. 그는 `몇년만 참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내가 입국을 2년 늦추면 안되겠냐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고 현재 고민 중이다.
이들은 돈도 문제지만 아내, 자녀들과의 `이질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한다. P씨는 "1년에 고작 두번 아이들을 만나는데, 만날 때마다 아이들이 어색해한다"며 "내가 뭣때문에 이렇게 생고생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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