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재벌가 인물들의 주식시장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주식시장에서 먹히기 때문. 삼성그룹을 제외한 모든 재벌 그룹의 인물들이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들의 투자 대부분은 배경을 이용한 `손쉬운 재산 굴리기`로 해석되고 있다. 재벌가라는 배경 덕분에 이들의 참여를 받는 기업도 좋고, 이들은 투자를 통해서 돈 벌어서 좋으니 `매부좋고 누이좋은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독자적인 영역의 구축 즉, `제 살길 찾기`로 보기도 한다. 이들 대부분이 그룹의 몸통에서 떨어져 나온 방계이기 때문.
하지만 이들의 가계도를 감안할 때 그룹 본체에서 밀려난 것에 대한 박탈감과, 이에 따라 `나도 그룹 경영을 하지 못할 게 없다`는 야심이 표출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재산이 있을 것이고, 제 살길을 찾더라도 굳이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할 수 밖에 없는 주식 시장에서 떠들썩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판단에서다.
현재 주식시장에 진출한 대표적인 재벌가 인물은 구본호씨다.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 인수에서 시작, 액티패스, 엠피씨, 그리고 최근 동일철강까지 그가 발을 담근 회사는 상장사만 4곳에 달한다. 여기에 상장사 추가 투자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구본호씨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 구정회씨의 손자. LG그룹 계열사중 물류와 여행을 담당하고 있는 범한판토스와 레드캡투어(옛 범한여행)의 창업자 고 구자헌씨가 아버지다.
디질런트FEF를 통해 우회상장한 물류회사 마이트앤메인의 최철원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신원 SKC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SK그룹은 최신원 회장의 아버지인 고 최종건 회장이 창업했고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이 오늘날의 그룹 형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덕분에 최태원 회장이 그룹을 이어받았고 최신원 회장은 창업 지분권을 인정받아 SKC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셋째 최종관 전 SKC고문의 장남 최철원씨는 이들 사촌들에 비하면 초라한 실정이다. 그는 마이트앤메인 우회상장시 SK그룹 멤버임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I.S하이텍 증자에 참여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BNG스틸의 정일선 대표 3형제 역시 현대차그룹의 승계자로 굳어지고 있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는 사촌간이다. 현대차가계내 의선씨와 같은 레벨에서 정일선 대표에 버금갈 수 있는 인물로는 정일선씨가 꼽히고 있다. 케이앤엔터테인먼트 증자에 참여하는 동국제강 후손들의 경우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쪽은 창업주 장남의 손자들이다.
이런 가능성이 드라마속 스토리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현실로 나타나기도 한다. 코스닥 업체 증자에 참여한 모 인사는 재벌가 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형인 장남과의 파워게임 끝에 그룹 실세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얼굴 마담만 하는 재벌 후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들이 갖는 재료성 때문에 머니 게이머들이 그들이 코스닥에 진출하는 것처럼 위장한다는 것. 한 관계자는 "한 인물이 최대 6개 회사들을 그런 식으로 제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