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기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우리금융지주(053000)를 어떻게 민영화하느냐,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느냐를 놓고 정부와 학계, 당사자인 우리금융 등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을 넘기느냐, 유지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일부에서는 국민주 방식을 활용하거나 지방은행을 분리해 매각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과 예금보험공사가 체결한 `경영정상화 이행을 위한 서면약정(MOU)`의 수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함께 하면서도 이를 완전히 없애야 하느냐, 개선해야 하느냐를 둘러싼 공방도 뜨겁다.
◆매각해법: 경영권매각 vs 분할매각
22일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단기간 내에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가능하지 않다며 국민주 방식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시장에 지분을 분할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상당기간 우리금융에 대한 지분보유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전제로 민영화의 목표, 시한, 방법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경영권을 유지하되 시간을 두고 매각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는 "정부의 과도한 지분 보유와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주가 왜곡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보유지분의 일정 부분을 분할매각 방식으로 시장에서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이 교수는 국민주 제도를 거론하며 "이는 소유구조와 매각가격과 관련된 논란을 우회하면서 정부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산분리의 원칙과 독과점 방지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의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금융 내의 자은행 주식 매각은 은행산업의 독과점을 강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매각수입을 극대화하면서도 독과점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중 하나는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을 분리매각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전 교수는 "산업자본이 민영화 과정을 통해 우리은행을 지배할 가능성은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며 "우리은행이 삼성의 전통적 주거래은행이었던 만큼 민영화시 산업자본의 지배 가능성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경영권과 관련없는 소수지분을 가급적 우선 매각한 뒤 경영권 매각을 포함한 여러 방식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광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우리금융 지분중 28%의 소수지분을 가능한 빨리 팔겠다"며 "이를 통해 우리금융의 주식시장 유동성을 충분하게 하고 공적자금을 조속히 회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으로 나머지 50% 가량은 전략적 투자자나 경영권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가급적 정해진 시한 내에 처리하고자 하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MOU: 완전해지 vs 개선후 유지
우리금융과 예보 사이에 체결돼 있는 MOU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인가, 자율 경영을 저해하는 족쇄인가를 놓고도 입장 차이가 여전했다.
마호웅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을 관리하기 위한 법률인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은 이미 그 수명을 다했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금융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른 만큼 법 개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자금관리특별법상 MOU 체결은 부실금융기관의 경영 정상화를 목적으로 필요한 제반 사항을 정한 것이지만, 해제조항은 경영 정상화돼도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한 MOU관리가 영원히 존속되도록 돼 상호 모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MOU로 인해 경영진이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영보다는 단기업적 위주의 경영을 할 수 밖에 없고 감사기관 중복으로 업무 비효율도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행 MOU 체결 절차에 따라 다음달에 2007년~2008년 약정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전 문제점을 공론화해 이번 회기내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김 사무국장은 "우리금융이 2003년 이후 상당히 정상화돼 부실 금융기관을 탈피했다"고 평가하고 "MOU라는 처음부터 입힌 옷을 매년 기워나가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통해 정상화된 우리금융지주에 적절한 MOU 체제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MOU 체결은 정부가 어떻게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들을 관리해야 민간기관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해 할 수 있느냐는 고민의 산물이었다"며 우리금융측에서 요구하는 MOU 해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호 예보 리스크관리1부장 역시 "예보와 우리금융이 체결한 `경영정상화 이행을 위한 서면약정(MOU)`은 민간은행에 대한 경영권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예보가 우리금융에 과도하게 경영권 침해를 한 적이 없으며, 우리금융 노조 등의 침해 주장은 타당성이 결여돼 있고 구체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예보가 우리금융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에 제동을 결고 LG카드 인수를 막은 것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주주권을 행사한 것으로 경영권에 대한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한편 전 교수는 "일정기간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경영을 민간에게 맡기는 `관유 민영화 체제`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지만, 현행법이나 원칙상 MOU 폐지, 조기 졸업조항 신설이 어려운 만큼 존치하되 운용을 탄력적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정 수준의 경영성과를 달성한 경우 MOU상의 평가항목을 축소 조정하고 평가의 주기를 장기화하는 방안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