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호 대표이사 | |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이 회사는 뭘 하는 곳이지`
일반인들에게 한국정보통신은 무척 낯설은 이름이다.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는 회사도 아니고, 회사 이름만으로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워서다.
그러나 이 회사만큼 국민들의 소비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있는 기업도 흔치 않다.
만약 한국정보통신이라는 회사가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마 지갑 디자인이 구(舊)식으로 모두 바뀔 것이다. 지갑 속에 각종 카드가 들어가는 공간이 거의 사라지고 현금을 넣는 부분이 더 넓어진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카드 조회 서비스가 없으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각종 포인트카드 등 대부분의 카드들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 신용카드 조회서비스 1위..안정된 수익구조 강점
여러 상점이나 음식점에서도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모두들 지갑에 현금을 두둑하게 넣고 다녀야 할 것이다. 각종 제휴카드나 포인트카드를 통해 음식점이나 극장에서 할인을 받는 재미도 사라질 것이고, 신용카드는 오로지 현금서비스를 받는 기능으로만 쓸 수 있다.
이쯤되면 이 회사가 `의외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짐작할 만하다.
혹시 지갑속에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받은 전표를 보관하고 있다면 한 번 꺼내보자. 전표 맨 위쪽에 '이지체크'라는 상표가 적혀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정보통신의 신용카드 조회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한국정보통신은 신용카드 조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VAN:Value Added Network)업체다. 신용카드 조회서비스는 카드 가맹점(상점)과 신용카드 회사를 통신망으로 연결해서 결제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만약 패스트푸드에서 햄버거를 사먹고 1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고 해보자. 음식점에는 아래 사진과 비슷한 단말기가 있을 것이다. 음식점 주인은 고객의 신용카드를 받아 단말기로 긁어보고 정상 카드인 것을 확인한 후 1만원이라고 입력한다.
그러면 신용카드 회사는 단말기에 연결된 전화선이나 인터넷 회선을 통해 결제정보를 전달받고 결제승인번호를 보내준다. '우리가 발급한 신용카드가 맞으니 손님의 서명을 받아놓으면 나중에 1만원을 신용카드 회사에서 지급하겠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가맹점과 신용카드 회사를 연결해주는 신용카드 조회 단말기와 회선을 제공하는 회사가 바로 한국정보통신이다. 신용카드 회사는 가맹점으로부터 신용카드 고객의 결제정보를 받아 전달해 준 한국정보통신에게 그 대가로 신용카드 결제 한 건당 80원가량의 수수료를 준다.
한국정보통신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음식점 주인은 고객의 카드가 어떤 회사 신용카드인지 확인한 후 그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결제승인번호를 받고, 카드번호가 전표의 먹지에 남게 전표에 대고 긁어서 결제 증거를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과거에 신용카드 조회기가 보급되지 않았을 때는 이런 방식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졌다.
만약 카드 회사에서 이런 조회서비스를 한국정보통신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제공한다면 가맹점마다 BC카드용 단말기 따로 LG카드용 단말기 따로 신용카드 회사의 숫자와 똑같은 갯수의 신용카드 조회기를 들여놔야 한다.
◇ 포인트 결제·온라인 쇼핑도 지원
한국정보통신은 지난 1987년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업체다. 신용카드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한국정보통신과 같이 신용카드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전국적으로 약 10여개로 늘었다. KMPS, 나이스정보통신, 케이에스넷, 금융결제원, 스마트로 등이 이런 VAN 업체다.
한국정보통신은 조회 건수 기준으로 약 20%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신용카드 전표를 5장 이상 갖고 있다면 아마 1장 정도는 한국정보통신의 서비스 브랜드인 '이지체크'라고 적힌 전표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정보통신은 이지체크라는 신용카드 조회 단말기(사진)를 만들어서 신용카드 결제를 필요로 하는 여러 상점에 팔고 전화선이나 인터넷 선을 연결해서 신용카드 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결제한 신용카드 전표를 상점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신용카드 회사에서 이를 수거하러 오면 카드회사별로 구별해서 한뭉치씩 보내주고, 신용카드 회사는 그것을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거해서 창고에 일정기간동안 보관했어야 했다.
신용카드 고지서를 받은 고객이 이런 상점에서 신용카드를 쓴 적이 없다고 항의하면 거래 확인을 위해 고객의 서명이 남아있는 전표를 찾아서 대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통신은 이런 불편함을 줄여주기 위해 전표를 디지털화하고 고객의 서명도 그림파일 형태로 저장해서 전표 수거와 보관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이지패드'라는 서비스(사진)도 선보였다.
한국정보통신의 서비스 영역은 신용카드에서 머무르지 않고 지갑 속 카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각종 회원카드나 포인트 마일리지 카드에까지 확대됐다.
각종 회원카드 역시 포인트를 적립하고 필요한 경우 포인트를 차감해서 지불을 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카드를 발급한 업체와 카드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한국정보통신은 신용카드 조회 방식과 똑같은 방법으로 회원카드를 가진 고객의 포인트 정보를 전달해주고 역시 수수료를 받는다.
한국정보통신은 지난해 648억원의 매출의 올렸는데 매출의 90% 이상이 이런 조회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수료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작년부터는 국세청이 실시하는 현금영수증 사업자로도 선정되어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현금거래 정보를 국세청에 전달하고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는 사업도 진행중이다.
한국정보통신은 오프라인 상점에서 발생하는 신용카드 거래 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신용카드 거래에도 중간 다리 역할을 담당한다.
이용자가 입력한 신용카드 정보가 맞는지 카드사로 보내서 확인하고 카드사로부터 결제승인번호를 받아 해당 쇼핑몰에 제공하는 기능이다. 페이먼트게이트(PG)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런 결제정보 서비스 업체로는 한국정보통신 외에도 이니시스, KCP 등이 있다.
한국정보통신은 경쟁이 심화되는 국내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는 수단으로 신용카드 조회 단말기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지만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신용카드 가맹점수와 이용자수가 급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4년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신용카드 조회 단말기 수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조회 서비스 시장은 연간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10여개의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어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최근에는 이런 구도에 심상치 않은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미국의 신용카드 정보 처리업체인 FDC가 한국정보통신과 비슷한 규모의 VAN 업체였던 KMPS를 지난해 인수한 데 이어 역시 비슷한 규모인 케이에스넷과도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통신의 입장에서는 대형 경쟁자를 만난 셈이지만 FDC가 중소 VAN 업체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의 구조조정이 될 경우 제살깎기식의 수수료 경쟁이 다소 약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의 시장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주가는 3000원대서 지루한 횡보
단기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국정보통신은 그리 매력있는 투자 대상은 아니다. 시황과 큰 연동성 없이 3000원을 기준으로 지루한 등락을 보이고 있고 거래량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최대주주 물량을 제외하면 유통주식이 전체 발행주식의 15%도 되지 않는다.
외국인 지분율은 57%나 되는데 지난 2004년에 부채 상환을 위해 대규모의 외자유치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DE WEY & CIE SA 라는 프랑스 업체가 25%의 지분을 가졌지만 경영권은 26%의 지분을 보유한 박헌서 회장이 갖고 있다.
60% 가까운 외국인 지분은 투자목적으로 들어온 현 경영진의 우호지분인 셈이다. 김철호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이다.
최근 실적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24억원으로 3년만에 다시 1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국정보통신은 최근 5년간 단 한번도 영업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알짜 회사다.
문제는 여러 벤처기업에 투자했다가 회수하지 못한 자금으로 인해 부채가 늘면서 이자비용과 투자손실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한국정보통신은 지난 2004년에 4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외자유치를 통해 부채를 상환하고 이자비용을 줄이면서 작년에는 4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70억원에 34억원의 영업이익과 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한국정보통신의 100% 자회사인 한국정보통신서비스가 지분 25%를 보유한 티켓링크가 코스닥 상장을 준비중이다.
김철호 사장은 "그동안 수년간의 정체와 퇴행에서 탈피하여 다시 새로운 도약과 성장을 시도할 계기를 만들었다"며 "2004년 7000%가 넘던 부채비율을 100%대로 줄이는 등 과거의 시장 지배사업자의 위치를 탈환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정보통신의 주가는 3000원대에서 횡보중이다. 3000원 주가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약 1000억원선이다. 한국정보통신을 커버하는 증권사가 없어 구체적인 적정주가가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유사업체의 주가를 통해 상대비교는 가능해보인다.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업체 나이스(036800)정보통신 역시 신용카드 VA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보다 시장 점유율은 다소 떨어진다. 지난해 443억원의 매출과 4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나이스정보통신의 시가총액은 최근 주가 4000원을 기준으로 약 4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