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9 미국 조지아 공장서 생산
IRA 전기차 보조금 혜택 받을 듯
인기 높은 미국서 대형 전기차 공급
수요·시장 맞춤형 '유연 생산' 박차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기아가 미국에서 플래그십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 생산을 본격 개시했다. 전기차 격전지인 미국에서 높아진 인기에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보조금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 전략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기아 EV9. (사진=기아) |
|
2일
기아(000270) 미국법인에 따르면 미 조지아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2025년형 EV9 생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시작됐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첫 출시된 EV9의 인기는 높다. 올해 5월 현지에서 판매된 EV9은 전월 대비 39% 늘어난 2187대다.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에 따라 기아의 월간 전기차 판매량도 사상 최대치인 7197대를 찍었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은 7766대에 달한다.
이처럼 인기 차종으로 떠오른 EV9을 현지 생산키로 하면서 기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혜택도 누릴 전망이다. 미국에서 최대 7500달러(약 1040만원)에 달하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전기 SUV EV9 생산 개시를 알리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기아 미국 뉴스룸) |
|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간 EV9은 트림과 배터리 용량에 따라 5만4900~7만3900달러(약 7600만~1억235만원)에 판매돼왔다.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해 가격대가 높았던 만큼 기아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현지 딜러 인센티브를 별도로 제공했었다. 여기에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올 1분기 현지에 투입한 인센티브는 대당 2289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기(671달러)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인센티브 확보 시 미국 내 수익성과 판매량 모두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 기아 송호성 사장이 지난 4월 5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의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목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아) |
|
기아의 시장과 수요에 맞춘 전기차 생산 전략도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기아는 지난 4월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유연공급 체계를 강화해 전기차 캐즘을 돌파하겠다고 했다. 전 세계 생산 거점 13곳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를 전부 생산할 수 있는 혼류공장으로 운영,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해 2030년 글로벌 430만대 판매, 전기차 160만대 판매 등의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미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던 북미 전략형 SUV인 텔루라이드를 비롯해 쏘렌토, 스포티지, K5 등 주요 차종 연 30만대에 EV9까지 추가한 기아는 빠르게 늘어난 대형 전기차 수요에 부응할 계획이다.
기아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도 이같은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 장쑤성 옌칭공장에서 현지 내수를 공략할 전기 SUV EV5와 중국과 중남미 등 신흥시장 전략 차종인 소형 SUV 쏘넷을 만들고 있다.
전기차 전용 공장 2곳은 국내에 만든다. 광명 오토랜드 2공장은 첫 번째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탈바꿈해 이달부터 EV3 등 전기차 대중화 모델을 집중 생산하고, 오토랜드 화성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공장으로 조성해 이르면 내년부터 가동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연한 생산(수요 대응) 방식과 탁월한 영업현금흐름 창출 능력,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뛰어넘는 다변화한 (전동화) 생산 포트폴리오로 경쟁사 전략과 주요국 정책 변화에도 견고한 포지션 유지와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