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데일리는 IT적인 상상력을 키우는데 지혜를 주는 편석준 작가의 칼럼을 매주 월요일 연재하려 합니다. 그는 세상의 디지털전환을 앞당기는데 전사 역할을 하게 될,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이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이는 방법은 많지만, 아이들에게 직접 기획적 사고를 해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편 작가는 이데일리를 통해 <아빠와 함께 풀어보는 수수께끼들-주기장(週企帳)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상희 가족은 아빠, 엄마, 아들 상희 세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겨울방학이 끝날 때쯤 회사 발령으로 엄마는 제주도에서 일 년 정도 일하게 되었다. 대신 아빠는 육아휴직을 내고 상희를 돌보기로 했다. 아빠는 일 년 동안 상희와 마음껏 놀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상희를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저 돈만 내고 걱정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을 노력했다고 자위하면서 이런저런 학원에만 보내면 될까?
아빠는 평소에도 “생각하는 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열 살이 된 아들에게 직접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주기장(週企帳)이었다. 일주일에 하나씩 ‘기획(企劃)’을 해보고 기록하는 공책이란 뜻이었다. ‘기획’이란 현실 위에 미래를 꿈꾸며 그리는 그림이었다.
생각이 먼저 있는 다음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빠는 상희가 주기장을 처음 접해보기 때문에 의욕을 돋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기장을 작성해야 매주 용돈을 주기로 했고, 나중에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상희 이름으로 된 통장에 별도의 적립금도 입금해주기로 했다. 적립금은 일종의 보너스로 보너스 지급 여부와 금액은 아빠가 결정하기로 했다. 아빠와 상희는 본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서로 지장을 찍었다. 그리고 서두에 “주기장은 상희가 아빠에게 돈을 내고 배워야 정상이지만, 아직 상희의 나이가 어려 경제활동이 어렵고 혈연관계임을 감안해 특별히 무상으로 교육함을 밝힌다.”라고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기획’이란 말은 아이에게 어렵기 때문에, ‘수수께끼’란 말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빠는 한숨을 쉬고 있었다. 게다가 자기 머리까지 툭툭 때려가며. 장모님 생신을 맞아 용돈을 보내드린다는 것을 그만 생판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보내버리고 만 것이다.
상희가 뒤에서 “아빠, 빨리 놀자!”를 연발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그만 계좌번호의 마지막 숫자를 다르게 입력했는데, 그대로 이체해버리고 만 것이다! 받는 사람의 이름까지 우연하게도 장모님과 비슷해서 전송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잘못 보낸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은행 고객센터에 요청하면 수취인과 협의해 구제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일이 꼬여서 귀찮게 돼버렸다. 괜스레 상희를 쳐다보는 아빠의 얼굴은 어두워졌지만, 아빠는 금세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일이 언젠가 상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 이걸로 두 번째 수수께끼를 내보자. 아빠는 상희에게 조금만 더 기다리라 말하고, 주기장을 펼쳤어요. 그리고 두 번째 수수께끼를 내었어요.
■수수께끼 2 : 은행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실수 없어 계좌이체를 할 방법은 없을까?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상희는 주기장에 해결 방법을 쓰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빠는 상희에게 은행과 계좌이체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고, 힌트도 주었어요.
힌트
●거의 모든 사람이 갖고 있어야 한다.
●계좌번호가 사람마다 다르듯, 사람마다 가진 그것도 사람마다 달라야 한다.
●돈을 보내는 사람이 쉽게 기억하거나 스마트폰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엄마가 오는 토요일 하루 전인, 금요일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상희는 주기장을 갖고 왔어요. 상희가 말했어요. “아빠, 이번 수수께끼는 너무 어려웠어요.” 아빠도 머리를 긁적였어요. 계좌이체란 것은 아이가 평소에 쓸 일이 없으니,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거든요. 역시 현실과 일상이 뒷받침되지 않은 가르침은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수께끼 2 : 은행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실수 없어 계좌이체를 할 방법은 없을까
●해결 방법 :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고, 전화번호는 모두 스마트폰에 저장돼있으니까 계좌번호를 따로 기억할 필요가 없다.
●문제점 1 : 예전에는 계좌번호로 이체했었는데, 갑자기 전화번호로 바꾸면 예전의 계좌번호를 모두 전화번호로 바꾸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문제점 2 : 전화번호를 바꾸면 어떡하지? 엄마의 전화번호도 한 번 바뀌었는데
●문제점을 생각한 이유 : 잘못 입금되면 큰일이다. 아빠의 말로는 잘못 입금되면 돌려받는 게 쉽지 않다고 했어. 게다가 큰돈이면 얼마나 큰일이겠어?
●문제점 해결책 : 계좌번호와 전화번호를 미리 연결해두면 된다. 내 전화번호와 내 계좌번호는 모두 고유하니까, 연결해도 고유할 거야. 그리고 내 전화번호는 스마트폰에 등록돼있으니까, 전화번호가 바뀌면 스마트폰이 다시 계좌번호와 연결하라고 알려주면 될 거야. 지금도 앱들에서 업데이트할 게 있으면 스마트폰에서 알려주고 있으니까.
■전체 과정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연결한다.
●계좌이체하고 싶을 때, 주소록에서 전화번호를 불러와 계좌이체를 한다.
아빠는 너무 대견했어요. 상희의 어깨를 토닥여준 뒤 “정말 수고했어.”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아빠는 상희가 게임을 하며 쉬는 동안, 주기장을 펼쳐 오른쪽에 다음과 같이 썼어요.
상희야, 사실 전화번호를 이용한 계좌이체는 ㈜비바리퍼플리카란 회사에서 토스란 이름의 서비스로 이미 시작했어. “전자적 정보와 실제 자금을 분리하여 처리하는 금융 서비스 방법 및 시스템”이란 특허에도 자세히 소개돼있어.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실수로 입금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 방식으로 정상 입금을 해도 너무 불편한 점이 많았거든. 기존 온라인 이체 방식은 프로그램 설치도 많이 해야 하고, 단 한 번의 이체를 위해 필요한 클릭 횟수가 평균 11회였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불편해했던 것을 잘 파악해서, 가장 쉬운 방법으로 해결한거지. 그런데 그 해결하는 과정이 쉬웠을까? 어떤 어려운 점이 있었을지 나중에 상희가 조금 더 크면 아빠와 같이 생각해보자.
편석준 작가는
아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 연습을 돕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특허동화 『상상이상 미래세상』, 일반동화 『이제 내가 대장이야』 『토끼 손잡이와 여섯 손가락』을 출간했으며,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 에세이 『너는 내일부터 치킨집 사장이다』, 인문교양서 『구글이 달로 가는 길』, 소설 『10년 후의 일상』, 경제경영서 『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 실천과 상상력』, 『가상현실』, 『스타트업 코리아』, 『왜 지금 드론인가』, 『전기차 시대가 온다』 『4차산업혁명 IT트렌드 따라잡기』, 『미래의 직업전망』 등을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