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출 방식을 놓고 촉발된 홍콩 민주화 시위가 홍콩 내부의 세대간 갈등까지 낳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달 31일 행정장관 후보자를 후보추천위원회 1200명의 절반 이상 지지를 얻은 2~3명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대학생들과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시위대는 이런 방침은 반중 인사를 후보군에서 배척하고 친중국 인사만이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 22일부터 거리 시위에 나섰다. 28일까지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34명이 부상했고 78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시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홍콩 내부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학생들은 취업 문제, 치솟는 집값, 중국 현지 인력들과의 경쟁 등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 반해 중국의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사업을 일군 홍콩 구세대들은 민주화 시위로 자칫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금이 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구세대들은 전통적으로 국가 발전을 위해 경제를 우선 순위에 둬 왔던 홍콩이 정치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속옷 제조업체 톱 폼 인터내셔널의 윌리 펑(66) 회장은 “경제가 홍콩 성장을 이끄는 힘”이라며 “시위는 결국 사회 혼돈을 가져오고 사업에 방해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의 주요상업지구 린콰이펑 개발업자인 알랑 제망(66)씨도 ”이런 시위는 홍콩의 사업가들이 중국 정부에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류사업가 스탠리 치토(40)씨도 “젊은 세대들은 이상주의에 젖어있다‘며 ”그들은 20년과 비교해 중국 공산주의가 얼마나 많은 진보를 이뤄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당시 해외로 이민가기 위해 주권까지 획득했다가 홍콩에 정착한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자신의 의류사업을 키웠다. 그가 소유한 중국 공장에서는 유니클로, 제이크루(J crew) 등 유명 브랜드의 옷들을 하청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