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대세는 없다. 숨은 진주를 찾아라.”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 역시 잿빛이다. 과거처럼 집값이 많이 올라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파트 불패 신화가 사라진지도 오래다.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도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정 상품에 기댄 투자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면 투자처로서 부동산은 완전히 매력을 잃은 것일까. 지난해에도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상가시장에는 어김없이 뭉칫돈이 흘러들었다. 올해 역시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 속에 가격·입지 등에 따라 부동산 상품별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 아파트 시장…위례·혁신도시·공공분양 주목
지난해 분양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서울 강남과 위례신도시였다. ‘강남과 위례신도시에 걸치기만 하면 분양은 성공한다’는 말이 통할 정도였다. 최근 소형 아파트에 밀려 입지가 좁아진 중대형 단지도 이곳에선 청약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서울 강남권과 위례신도시에 공급된 아파트는 총 12개 단지. 이 중 8곳이 1·2순위 청약에서 조기 마감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의 전체 청약 경쟁률은 1.9대 1, 경기지역은 1.8대 1에 그쳤다.
올해도 위례신도시와 강남지역이 청약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 전망이다. 특히 위례신도시는 지난해보다 공급 물량이 다소 줄어든 데다 위례와 신사를 잇는 경전철 건설사업도 확정되는 등 개발 호재도 적지 않다. 올해 위례신도시에서는 하남시 위례 신안(A3-6)·위례 현대엠코(A3-6)·위례신도시 휴먼빌(A2-3) 등 3개 단지가 분양된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분양단지도 기대주다. 강남구 논현동 e편한세상 논현경복(총 368가구)아파트와 도곡동 한라비발디(총 110가구) 아파트 등이 예정돼 있다.
지방에서는 혁신도시 물량이 숨은 진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원주와 진주를 제외하면 혁신도시 물량은 모두 분양시장에서 선방했다. 울산 우정혁신도시는 90대 1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주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곳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짓는 공공분양 물량은 몸값이 더 치솟을 전망이다. 분양가가 저렴한 데다 정부 역시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으로 공공분양 물량을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LH는 구리갈매(A2블록)·하남미사(A7블록)·고양원흥(A1블록) 지구 등에 보금자리 아파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 토지시장…세종·강원·경기 남부지역 호재 많아
지난해 전국 땅값은 전년 대비 0.8% 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연속 올랐다. 정부청사가 자리를 옮긴 세종시와 평창 올림픽 개최지인 강원지역의 땅값 상승이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원도 땅값은 금융위기 직전 고점을 찍었던 2008년 10월 대비 4.35%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올해 역시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개발사업이 이어지고 있는 세종·강원지역의 땅값이 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향후 제2경부고속도로(구리~세종)가 관통할 경기 하남·용인시 등도 유망지역으로 꼽힌다. 박종철 골든리얼티 부동산연구원 대표는 “제2경부고속도로가 관통하는 하남과 용인지역 토지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레저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변을 끼고 있는 경기도 가평과 양평, 이촌지역도 유망 투자처다.
◇LH 단지내 상가 ‘주목’
상가 중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단지내 상가가 여전히 ‘핫 아이템’이다. LH 상가의 경쟁력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투자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급된 LH 단지내 상가는 총 454호다. 2012년 공급 물량(175호)의 2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전체 평균 낙착률이 98%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낙찰가율도 164%로 전년보다 6%포인트 높았다. 낙찰가 역시 3.3㎡당 2349만원으로 조사 이후 가장 높은 가격 수준을 보였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올해도 LH 상가는 큰 인기를 끌 것”이라며 “배후세대 수가 500가구 이상이며, 점포 수가 적은 곳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근린상가의 경우 분양가가 비싸 부담이 큰 만큼 입주한 지 2~3년이 지난 상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주 운정, 남양주 평내, 김포 장기, 성남 판교 등지에서 입주 2~3년 차로 분양가를 최대 30%까지 낮춘 ‘할인 상가’도 눈여겨볼 만하다.
◇공실 위험 높은 오피스텔… 투자 신중해야
오피스텔로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부터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올해 전국의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8414실 늘어난 4만1312실이다. 공급 과잉으로 오피스텔 공실 위험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다.
입주량 증가로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난해 말 기준)은 2012년 말보다 0.28%, 월세가격은 0.18% 하락했다. 오피스텔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포·영등포구 일대에 있는 오피스텔 월세가격도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강남을 포함한 판교·분당·광교신도시 등 수도권 남동부지역 일대의 입주 물량이 많아 임차인을 모집하는 게 더욱 어려워 질 것 같다”며 “오피스텔 투자 때는 적정 분양가 여부와 입지 조건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