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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회의 이미지업]올림픽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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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회 기자I 2012.08.20 12:10:00
[이데일리 하민회 칼럼니스트]올림픽은 정말 힘이 좋다. 좀 체로 꺾이지 않는 폭염과 열대야의 우울을 잊게 해줬다. 잠시나마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보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가 으쓱해졌다. 메달이라도 따면 그 다음날까지 부자가 된 듯 기분이 좋고, 체형도 체력도 세계 어느 나라에 밀리지 않는 젊은 우리 선수들을 보면 가슴 한 켠이 뿌듯하며 자랑스러워졌다. 며칠 째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을 했는데도 피곤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운이 나기도했다. 대체 이 무슨 조화일까?

사실 한국은 그다지 행복한 나라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2011년 기준 OECD 회원국 34개 국 중 26위인 반면 자살률은 1위다. 또 영국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이 내놓은 ‘2012년 행복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2012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43.8점으로 151개국 중 63위로 하위권이다.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이 딱 맞아 떨어지는 사회인 셈이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성공과 출세를 쫓아 누구보다 숨가쁘게 살아오며 선진국으로 진입했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는 불황이고, 정치적으론 혼란스럽다. 점점 심해지는 빈부차이에 심리적인 괴리감이 커지고 구조적인 부조리도 적지 않다. 이 상황에서 누군들 힘들고 지치지 않겠는가? 국민 개개인은 점점 위축되고 작아지면서 희망을 잃어간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우리 문화 전반에 부상한 힐링의 키워드는 극히 자연스럽다.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뜻의 힐링(Healing)이란 용어는 위안이 절실한 우리사회를 보듬어 안았다. 힐링서적, 힐링뮤직, 힐링무비와 힐링푸드가 봇물을 이루고 힐링여행에 심지어 힐링캠프라는 TV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자성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자기 위안을 주는 글귀를 읽는가 하면 맑은 정신으로 느리게 숲길을 걸으며 명상을 하거나 홀연히 낯선 땅의 사찰로 들어가 요가를 배우며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행복을 주는 음식을 챙겨 먹고 마음이 포근해지는 영화를 본다.

경제 급성장이 후유증으로 남긴 상처를 자가 치료하고 있다. 빨리 빨리를 외치며 하나라도 더 채워 넣으려던 한국인들이 이제는 비워내고 털어내며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한 셈이다. 어쩌면 힐링 바람은 진정한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태동일지도 모른다.

다만 지나친 상업화로 힐링이 그 본질과 의미를 잃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친 몸과 마음을 점검하고 치유하는 건 더 행복하게 더 먼 길을 달리기 위해서이다. 굳이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히 짬을 내고 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는 특별한 힐링이 아닌 일상 안에서 나를 한번 돌아보고 부담 없이 실천 할 수 있는 힐링법,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힐링이 아닐까?

전문가들은 “한국인에게 있어 행복이란 단순히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내가 속한 집단과 나의 관계, 주변 사람과 나의 관계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함께 모여 응원하고 박수치고 기뻐하며 올림픽 중계를 보는 것, 목청 높여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 그리고 역시 우리는 대단하다며 자화자찬 하는 것, 이 모두가 우리 국민에게는 큰 행복이며 힐링이다.

문득 숲 체험 중에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숲길을 걷는다는 건 오감으로 숲의 생명력을 느끼고 숲과 공감하며 자연 속의 일환이 된 여러분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숲길이 행복한 건 바로 생명력으로 충만해진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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