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TI내 이동통신사업부인 텔레콤 이탈리아 모빌레(TIM)를 분사한 뒤 매각할 것을 제안했다. TIM의 주식가치는 약 444억달러. 실제로 TI는 미국계 사모펀드들을 상대로 TIM 매각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프로베라 회장은 반대의 벽에 부딪쳐 곧 회장직까지 사퇴했다.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소중한 국가 자산을 외국자본에 팔려는데 대해 신랄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선통신 회사인 TI는 2005년말 이동통신 자회사였던 TIM을 합병했다. 합병한 자회사를 다시 분리하려 했던 배경에는 기업부실과 경영악화가 주 요인이다. 프로베라 회장은 합병 후 520억달러에 달하는 TI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선 TIM를 다시 분리해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합병 발표 당시 주가는 2.6유로 수준이었으나, 합병후 주가는 단 한번도 합병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선통신 회사인 KT(030200)가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를 합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탈리아의 TI의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TI의 TIM 합병사례가 과연 성공모델인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
◇유무선 분리, OECD 30개국중 19개국
현재 OECD 30개국의 통신산업을 보면, 유선 1위 사업자중 이동통신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해 운영하거나 아예 이동통신사업을 하지 않는 국가는 19개국에 이른다.
19개국 중에는 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한 사례가 미국 등을 포함 11개국 이다. 그러나 이들은 유선사업과 이동통신 사업 조직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합병을 통해 단일법인에서 유무선을 통합 제공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 등 11개국 정도가 유무선 사업을 단일기업에서 하고 있다.
이처럼 유무선 통합에 대해선 세계적으로 일관된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무선 융합이 통신산업 트렌드이나, 융합을 위해 유무선 사업간 합병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탈리아·스페인·스위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동통신 자회사를 합병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와 정반대로 내부 무선 사업부문을 자회사나 지주회사 형태로 분리·매각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동통신 자회사를 합병한 국가는 모두 유럽"이라면서 "단일 경제권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나라가 달라도 EU 역내 사업자간 이동통신사업 교차진입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의 이동통신시장은 역내 인접국으로부터의 잠재적 경쟁압력이 강해 나라가 달라도 인수합병(M&A)에 관대하다는 것.
실제로 프랑스·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는 이동통신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해 운영중이다. 멕시코에선 이동통신사업을 계열분리 시켰고, 영국·아일랜드는 제3자 매각을 추진했다.
◇가까운 일본은…NTT 민영화후 분리·차단
일본은 1952년 공기업으로 설립한 NTT를 85년 민영화한 뒤 90년대 들어 2차 개혁을 추진했다.
1997년 NTT를 2개의 지역회사와 장거리회사, 이를 관리하는 지주회사 등 총 4개의 기업으로 분리했다. 이들은 이동통신 관계사인 NTT도코모와의 공동마케팅 등 협력이 금지되어 있다. NTT와 NTT도코모간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서 상호보조가 이뤄지지 않도록 했다. 또 NTT와 NTT도코모간 철탑·전화국사 공동활용, 접속조건 등도 다른 이동통신사업자와 동일한 상태에서 이뤄지도록 규정했다.
NTT에서 NTT도코모로의 인적자원 이동도 제한했다. 양사간 파견형태의 인적교류를 금지한 것. 자재 조달에 있어서도 NTT와 NTT도코모가 공동보조를 맞추지 못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2006년 NTT의 규제강화를 골자로 하는 `신경쟁촉진프로그램 2010`을 마련하고, 그 후속작업으로 새로운 경쟁룰에 대한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수평적·수직적 시장간에 지배력 전이를 방지하고, 자회사 등을 통한 시장지배력 남용을 차단한다는 내용이 중점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시장 벗어나 글로벌 M&A 모색해야
유럽내 유선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의 인수합병(M&A) 특징은 자국내 기업 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다 넓고 다양한 시장을 대상으로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국내 통신사업자들도 자국내 유무선 합병을 통한 시장점유율 빼앗기 경쟁 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 이동통신사업자 보다폰(Vodafone)은 `모바일 플러스(Mobile Plus)` 전략을 수립, 해외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07년 10월에는 스웨덴 사업자인 Tele2의 이탈리아와 스페인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보다폰은 이탈리아에서 260만명, 스페인에서 55만명의 유선가입자를 확보했다.
보다폰은 프랑스 이동통신사 SFR 지분도 매입한데 이어 유선통신사(Neuf Cegetel) 지분까지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네덜란드 통신사업자 KPN은 벨기에 이동통신사 베이스(Base) 지분을 확보한 뒤, 스웨덴 사업자인 Tele2의 벨기에 사업부를 인수했다.
▶ 관련기사 ◀
☞(쟁점!KT합병)⑦`지배력 전이가 뭐길래`
☞KT 임원승진 단행...조직인사 마무리
☞KT, 회사채 4000억 발행 예정..합병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