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수정기자] 국민은행(060000)이 KB금융지주로의 전환에 앞서 주주들에게 조건부 초청장을 날렸다.
이는 주주들의 `아비트리지(차익거래)`를 사전에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지만 오히려 주가를 하락시키는 악수가 됐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 말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 불발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어 국민은행이 향후 어떠한 대응책을 내놓게 될 지 주목된다.
◇ `조건부 카드` 의도는
국민은행은 16일 KB금융지주로의 주식이전과 관련,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비율이 15%이내일 것을 조건으로 하겠다며 정정 공시했다.
다음 달 26일부터 9월 4일까지 국민은행 주식을 KB금융지주 지분으로 바꾸지 않고 6만3293원에 사달라고 청구하는 주주가 15%(5045만7000주)를 초과해버리면, 오는 9월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민은행은 주식매수청구권 15% 행사시 3조1900억원이 소요된다. 그렇게 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2.3%에서 10%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마지노선 `15%`는 국민은행이 최대한 감내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 행사비율을 제시한 것으로,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과 현재가의 괴리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가 15%라는 것을 시장에 알려 예측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라며 "이 정도 선이면 지주사 전환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가 하락으로 장기적인 은행의 투자가치를 보지 않은 단순 아비트리지 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아비트리지 거래로 지주사 전환이 흔들리면 안되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일종의 협조 요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실제 4%대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ING 등과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식매수청구를 자제해달라며 설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정원 행장을 비롯한 이사진들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조건부 지주사 전환 추진안을 통과시켰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주사 불발 우려 키웠다" 주가 급락
국민은행이 시장에 예측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15% 조건부 카드`를 보였지만, 오히려 지주사 전환 차질 가능성을 공식화하는 역효과를 불렀다.
국민은행 주가는 이날 오전 전날대비 8%이상 하락한 5만2000원대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리서치 팀장은 "주식매수청구가 지주사 전환에 부담이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리스크였지만, 국민은행이 15%라는 마지노선을 밝힘으로써 실질적으로 리스크를 공식화하는 셈이 됐다"며 "지주사 전환이후 충분히 펀더멘털이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주가에 대해 좀 더 신중한 대응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매수청구가 6만3293원과의 괴리는 더욱 벌어졌고 대규모 주식매수청구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로 인해 지주사 전환 일정을 연기해야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黃-金-姜 대응책은
국민은행은 이날 주식매수청구권 15%수용 조건을 밝히면서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
아울러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1860만주의 자사주를 전략적 또는 재무적 투자자에게 넘기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일정을 연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강정원 행장, 김중회 사장 내정자가 합심해 전환 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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