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건설교통부는 "비축용 임대주택 시범사업 자금모집 성공적으로 이루어져"라는 제목의 2쪽짜리 보도자료를 21일 내놨다.
보도자료 앞머리에는 "비축용 임대주택건설 시범사업에 대한 자금모집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앞으로 5000호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돼 있다.
건설교통부는 특히 '비축용 임대주택건설 시범사업' '자금모집' '성공적'이란 단어를 굵게 표시해 비축용 임대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실패를 성공으로 둔갑 = 그렇다면 건교부 주장대로 비축용 임대주택 시범사업은 성공적인가. 아쉽게도 성공은 고사하고 사실상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건교부는 시범사업 금융주간사 공모에 2개 기관이 신청했고 주공과 토공은 이중 사업추진에 보다 유리한 금융구조를 제시한 서울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나름대로 금융주간사 선정에 금융기관들의 경쟁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상은 금융권의 철저한 외면에 가깝다. 최초 신청서를 제출한 금융기관은 서울자산운용과 또 다른 A 금융회사 2곳에 불과했다. 이들은 전체 11곳 중 5개 PF는 신청서조차 내지 않았다.
정작 신청서를 제출한 2곳 중 A금융사는 공모 원칙조차 무시하고 신청보증금을 내지 않고 금융권 확약서로 대체하겠다고 버텨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결국 주공과 토공은 1조4900억원에 달하는 시범단지 사업의 금융주간사로 1개사만을 대상으로 심사를 했고, 결국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금융권 경쟁은커녕 사실상 수의계약이라고 할 정도의 결과다. 건교부는 이 같은 내용은 쏙 빼고 정부 목표 물량 5000가구를 채웠으니 성공했다고 자화자찬을 한 셈이다. 물론 1조5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특정 금융주간사 주도로 진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우려와 관련 대책은 단 한 줄도 없다.
◇비축용 임대사업 가시밭길 예고 = 건교부가 금융권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금융권의 외면은 민망할 정도다.
건교부와 주공, 토공은 비축용 임대주택 시범사업과 관련해 원금보장을 내걸었다. 건축비도 임대주택 규모(공급기준 99~106㎡)에 상관없이 3.3㎡당 360만원으로 제시했다.
취득 등록세 감면은 물론 SPC에 제공되는 땅값도 조성원가의 85%에 매각토록 돼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수익률을 12% 안팎으로 제시했다. 원금보장이 사라진 최근의 SOC사업을 감안할 때 사실상 비축용 임대주택 시범사업의 조건은 특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기관이 비축용 임대주택 시범사업을 외면한 데는 외곽에 짓는 아파트에 투자할 경우 수익성이 의심된다는 데 있다. 1.31 대책에서 비축용 임대주택사업을 내놨을 당시 우려했던 부분이 시범단지 금융주간사 선정에서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1.31 대책을 통해 비축용 임대주택을 연간 5만가구 총 50만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비축용임대주택 시범사업의 결과를 보면 금융권의 철저한 외면이 계속되는 한 정부의 구상은 실현 불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가 "비축용 임대주택 시범사업 자금모집 성공적으로 이루어져"라는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사기극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