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총수, 금융계열사 끼워 지배강화 `여전`

최한나 기자I 2005.07.12 12:00:07

출총 그룹 의결권승수 8.57배.. 소유지배괴리도 35% 달해
출총 그룹 총수일가, 4.6% 지분으로 그룹 전체 지배
"실효성 없는 발표 왜 하나" 비판도

[edaily 최한나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처음 발표한 우리나라 주요 재벌그룹의 `소유지배 괴리도`와 `의결권 승수`분석은 그룹들이 적은 주식으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경우 소유지배 괴리도는 26.72%포인트, 의결권 승수는 7.06배에 이른다. 총수 일가가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지분에 비해 27%포인트 가량 많은 지배력을 갖고 있는데다, 1주를 가지고 7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보유지분의 7배에 달하는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 국내 주요 그룹의 총수 일가는 또 여전히 5%에 미달하는 주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금융 계열사를 주요 고리마다 끼워넣어 그룹 전체의 순환출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지난해와 비교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이처럼 소유지배구조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총수 일가의 사생활 침해, 외국계 자본에 의한 M&A에 대한 노출 우려, 기업의 사기 저하 등을 불러온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의도하는 지배구조 개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보유 주식 1주당 6~8배 의결권 행사 소유지배 괴리도는 총수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의결 지분율)에서 실제 갖고 있는 지분(소유 지분율)을 뺀 값이다. 의결권 승수는 의결지분율을 소유지분율로 나눈 값을 말한다. 통상 소유지배 괴리도와 의결권 승수가 높을수록 소유지배 구조의 왜곡정도가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갖고 있는 것보다 큰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2조원 이상) 38개 그룹의 소유지배간 괴리도는 31.21%포인트, 의결권 승수가 6.78배다. 출자총액제한을 받고 있는 자산 6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소유지배 괴리도는 35.24%포인트, 의결권 승수는 8.57배나 됐다. 그룹 규모가 클수록 지배구조 왜곡이 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의결권 승수로 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들은 평균적으로 주식 1주당 6.78주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 9개의 경우 주식 1주당 무려 8.57주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소유지배간 괴리가 가장 큰 기업집단은 STX로 의결권 승수가 25.69에 달했다. 보유주식 1주당 26배에 이르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동양(20.61)과 SK(15.83), 한화(10.05) 등도 적은 주식으로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프랑스(1.07), 영국(1.12), 독일(1.18) 등 유럽의 주요 선진국의 평균 의결권 승수와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 기업집단이 얼마나 그릇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지 명백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정위는 삼성과 롯데 등 `부채비율 100%미만`이라는 요건을 만족, 출총제를 졸압한 기업의 소유지배 괴리도(28.88%포인트) 및 의결권 승수(6.59배)가 괴리도 및 승수 요건을 충족해 졸업한 기업의 평균(17.78%포인트, 2.37배)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채비율 졸업기준만으로는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왜곡을 고치는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배구조 큰 개선 안보여 국내 주요 그룹들이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주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4.61%를 기록했던 38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지분은 올해 4.94%로 0.33%포인트 증가했을 뿐이다. 자산 6조원 이상의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의 경우도 총수일가 지분은 지난해 3.41%에서 1.23%포인트 증가한 4.64%로 나타났다. 아직도 대다수 기업집단 총수들이 5%가 안되는 주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계열사간 순환출자도 여전했다. 총수가 있는 자산 6조원 이상 기업집단 14개 가운데 지주회사 그룹인 LG, GS와 규모가 작은 신세계 등을 제외한 11개 기업집단이 모두 3단계 이상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었다. 삼성그룹이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 46.85%를, 삼성전자가 삼성카드의 지분 25.64%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카드가 다시 삼성에버랜드의 주식을 소유하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건희 회장 개인이 보유한 지분은 0.28%, 8촌이내 혈족과 4촌이내 인척을 합한 친족 지분을 모두 합해도 총 1%가 안된다. 특히 금융보험사를 갖고 있는 그룹의 대다수가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주요축으로 금융계열사를 활용하고 있었다. 예컨대 삼성은 5개 금융계열사를 통해 27개 계열사에 총 1조2756억원을 출자했다. 이는 27개 계열사 지분의 평균 16.4%를 차지하는 규모다. 금액으로도 적지 않지만 더욱 문제되는 것은 금융계열사가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는 핵심마다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에 삼성생명이 출자하고 있었다. 고객의 돈으로 주식을 취득해 경영권을 지배하고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분내역 공개 적정성 논란도 여전 공정위는 출자구조 공개가 시장참여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유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알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시장의 자율적 감시체제를 유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 지배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것까지는 어렵지만 적어도 지배구조 왜곡이 더 나빠지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다"며 "매년 소유지배구조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수일가에 대한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과 목적과는 달리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터에 기업의 `사기 저하성` 발표를 굳이 해야하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의 지분 소유구조가 그대로 노출돼 외국계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지적도 단골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라이버시나 M&A 문제도 크지만 그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업에 대한 이미지 악화"라며 "5%도 안되는 주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면 일반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우려했다. 경영권을 악용한 것도 아닌데 마치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