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략)고향 가는 길..차안에서 무엇을 할까

정명수 기자I 2002.02.08 13:14:55
[edaily] 설연휴가 시작된다. 고향 가는 길 지루한 차안에서 무엇을 할까. 설 이후 채권시장을 걱정하는 채권 투자자라면 차안에서 이 책을 읽어 보면 어떨까. 89년 미국에서 출판된 "Liar"s Poker(자자: 마이클 루이스)". 80년대 중반 월가 최고의 투자은행이었던 살로먼브라더스의 채권 트레이더가 자신의 경험을 쓴 책이다. 책 제목 라이어스 포커(거짓말쟁이들의 포커)는 당시 채권 트레이딩 룸에서 유행하던 게임으로 달러 지폐의 일련번호 숫자를 맞추는 것이다. 포커 게임에 비유해 채권 트레이더, 브로커들의 야망과 좌절을 그려내는 장면이 많다. 책 도입부에 인상적인 말이 나온다. "시장에 `바보`는 항상 있다.(In any market, as in any poker game, there is a fool.)" 저자는 워렌버펫을 인용하며 "시장에 바보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플레이어야말로 시장의 바보다"라고 말한다. 80년대 미국은 채권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시기였다. 월가의 내로라하는 투자은행들도 채권시장이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자 "누가 이 새로운 게임에서 바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살로먼의 채권 트레이더들은 그 바보들을 잘 알고 있었다. 시장을 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Knowing about markets is knowing about other people"s weakness) 저자는 "채권은 `그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살로먼은 정확하게 채권의 밸류에이션을 찾아낼 수 있는 그런 투자은행이었다는 것. 살로먼은 "바보"들에 싸게 채권을 사서 또 다른 바보들에게 "비싸게" 채권을 팔아, 80년대 월가의 최강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80년 미국 금융시장 상황이 어떠했길래 살로먼의 채권맨들이 큰 돈을 벌 수 있었을까. 79년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볼크너 의장은 "경기 사이클에 맞춰 통화량을 공급하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통화공급을 고정시키는 대신 금리를 유동적으로 만들겠다는 것. 저자는 이 선언이 "채권맨의 황금시대"를 여는 결정적인 계기라고 말한다. 그 이전까지 가만히 있던 채권수익률이 널뛰기하듯 움직이기 시작한 것. 어떤 채권이 정말 가치있는 채권인지 알아보는 눈이 중요해진 것이다. 두번째 요인은 미국 정부, 소비자, 기업 등이 채권을 대량으로 발행, 돈을 빌려쓰기 시작한 것이다. 77년 3대 경제주체의 부채는 323억달러였으나 85년에는 7조달러로 급증한다. 부채의 상당부분이 채권 발행으로 충당됐다. 채권가격이 급변할 뿐만 아니라 채권 트레이딩 규모도 크게 늘어나니 채권 트레이더와 브로커들이 돈을 벌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살로먼은 과학적으로 "채권 가격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채권시장이라는 황금도시의 왕자가 됐다. 우리 채권시장은 어떤가. 이유는 미국과 다르지만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국채, 통안채 등의 발행이 급증했다. 시가평가 실시 이후에는 수익률 변동성도 커졌다.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과학적으로 채권을 프라이싱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한국의 살로먼"이 나올만한 환경이다. 우리에게 "살로먼의 자질"을 가진 은행, 투신, 증권사, 시장참가자들이 있던가. FRN 프리미엄 계산법 하나 엄밀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금리스왑이나 금리옵션의 개념도 정확하지 않다. 뉴스 헤드라인만 보고도 국채선물이 춤을 추고 남의 말을 분석도 없이 녹음기처럼 받아적은 기사도 많다. 익명성에 숨어 코멘트 하나로 시장을 움직이려는 당국자도 있다. 내가 "지금 시장의 바보"가 아닌지 갑자기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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