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정준호의 판소리 다섯바탕 ‘완북’ 정준호, 5일간 5명의 명창과 판소리 호흡 소리꾼 숨결 읽고 강약 조율… 공연 완성도 좌우
[한덕택 이북5도무형유산위원회 위원]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인 판소리는 1명의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춰 소리, 아니리, 발림을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내는 종합 예술이다.
사진=정준호
소리꾼이 혼자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을 완창(完唱)을 하는데 있어 고수의 역할은 단순히 장단을 치는데 그치지 않으니, 소리꾼과 고수의 관계는 주연과 조연이 아닌 이인삼각(二人三脚)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판소리가 먼저 무형유산으로 등재되고 판소리 고법이 추가돼 ‘판소리 및 판소리 고법’으로 확장된 것은 필연(必然)이다.
눈대목 위주의 소리판에서도 그렇지만 완창 판소리에서 고수의 역할은 단순히 반주자가 아니고 공연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긴 시간 소리를 하며 때로는 2~3명의 고수가 교대로 북을 잡는 것을 보면, 고수 또한 소리꾼 못지않은 공력이 필요하다. 최근 소리꾼 1명과 고수 1명이 완창하는 것을 보며 동반자이자 협연자인 고수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 생각했다.
마침 지난 8월말 북촌의 한목문화 공간인 은덕문화원에서는 고수 정준호의 판소리 다섯바탕 완북 공연이 진행됐다. 혼자 한바탕을 오롯이 북을 치는 것도 아니고 5일 동안 다섯바탕을 진행한다는 것이 많은 준비와 체력을 필요로 하기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사진=정준호
첫째 날은 전북 출신의 방수미 명창과 함께 전북이 배경인 해학적이며 신명나는 흥보가를 들을 수 있었다. 둘째 날은 성창순 명창의 소리를 잇는 김태희 명창과 함께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심청가가 진행됐다. 셋째 날은 이주은 국립국악원 명창의 춘향가, 넷째날은 우리시대의 광대 남상일 명창의 수궁가, 마지막날은 채수정 명창의 힘이 넘치면서도 선 굵은 적벽가로 마무리 했다. 서로가 긴장을 하고 호흡을 고르고 때로는 밀고 당기며 긴장을 주다가 어느 순간에는 숨을 멈추고 빠져드는 공연이 닷새 동안 지속됐다.
이번 공연을 보며 판소리 공연에 있어 고수의 역할을 곱씹어 봤다. 장단과 박자의 조절을 통해 소리꾼의 미세한 호흡과 발림에 따라 속도와 강약을 밀고 당기며 조율하는 역할, 추임새와 댓거리를 통해 청중의 몰입을 유도하는 역할은 서양음악의 타악 연주자나 지휘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임을 알고 있지만, 간혹 소리판에서 고수가 장단에 몰입해 소리꾼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압도하는 모습을 보며 불편함을 느꼈다. 고수는 동반자인 동시에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야함에도 지나치게 앞서서는 안된다. 소리꾼의 호흡을 알아채는 동시에 대목마다 다른 소리의 이면(裏面)에 함께 어우러져 물 흐르듯 북을 쳐야한다.
정준호의 이번 공연은 소리꾼과 고수가 합(合)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데 의미가 있었다. 또한 스승을 모시고 배우는 동시에 후배와 제자들을 가르치는 중견 연주자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배운 것을 잘 하는 것을 뛰어넘어 소리판에 녹아들어 큰 울림과 감동을 주기 위한 노력과 준비 과정, 그것이 고수 정준호의 공연이 남긴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