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에도 모기지 금리 껑충…'내집마련' 여전히 난망

방성훈 기자I 2024.12.20 09:57:10

30년 모기지 금리 7.14%…FOMC 전보다 0.22%p 상승
"인하 기대 선반영…내년 속도조절 시사 영향이 더 커"
1년 뒤에도 6.2% 예상…"여전히 높아 수요 억제"
주택 판매자도 팬데믹 시절 초저금리 포기 ''딜레마''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세 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미국인들의 ‘내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재발에 대한 우려를 시사하면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오히려 상승했기 때문이다.

(사진=AFP)


19일(현지시간) 부동산 전문 매체 모기지 뉴스 데일리(Mortgage News Daily)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평균 7.14%로 집계됐다. 이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전날인 지난 17일(6.92%)보다 0.22%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점보론(0.15%p), FHA론(0.24%p), VA론(0.24%p) 등 다른 유형의 30년 모기지 금리 역시 일제히 상승했다. 30년 모기지는 미국인들이 집을 구매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출이다.

모기지 금리가 상승한 주된 원인은 이 지수가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 흐름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연준의 금리인하 이후 6개월 만에 4.5%를 돌파했고, 이날도 상승세를 지속해 4.570%까지 치솟았다. FOMC 전부터 이미 금리인하 기대가 시장에 반영된 데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재발을 우려해 내년 금리인하 전망을 기존 네 차례에서 두 차례로 낮춘 영향이다.

마켓워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및 이민 정책은 소비자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를 야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준은 내년 더 느린 속도로 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라며 “이는 간접적으로 모기지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주택시장은 올 한해 부침을 겪었다. 그동안 7%대 높은 모기지 금리(30년 기준) 때문에 주택 가격이 높게 형성됐고, 이는 거래 감소로 이어졌다. 수요와 공급 모두 타격을 입은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Zillow)에 따르면 현재 매물로 나온 전체 주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2019년보다 약 26% 적다. 새로 유입되는 매물도 팬데믹 전과 비교해 14% 줄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은 지난달 판매된 주택의 중간 가격이 43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약 5% 상승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엑스피 리얼리티(eXp Realty)의 최고경영자(CEO)인 레오 파레하는 “2009년보다 2024년의 거래가 적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며 “모든 주택이 너무 빨리 팔려 나가고 부동산 중개인들은 판매에 관심이 있는 주택 소유자를 충분히 찾을 수 없어 거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기지 금리까지 오르면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내년에도 모기지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모기지 4건 중 1건을 담당하는 패니메이는 내년 4분기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평균 6.2%로 약 1%p 낮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질로우는 내년 주택 가격이 2.2% 상승하겠지만, 주택 판매량은 416만개로 올해(406만개)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주택 가격에 따라 거래량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마켓워치는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 주택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덜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높아진 금리는 부동산 자금조달 비용을 늘려 수요를 억제한다. 더 넓은 집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원하는 주택 판매자 역시 팬데믹 시절에 받았던 초저금리 모기지 금리를 포기해야 한다. 이는 (이사를 포기하는 등)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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